주가하락과 기업퇴출, 대우차 사태 등으로 경제상황이 나빠지면서 국민 대다수는 IMF 악몽을 떠올리며 씀씀이를 확 줄이는 등 매우 불안해 하고있다.
 하지만 경기도내 시·군들은 내년에도 여전히 손 큰 씀씀이는 물론 선심성 예산까지 듬뿍 편성하는 등 구태한 자세로 일관, 주민들을 의아하게 하고 있다. 행정자치부의 예산편성 지침마저 외면한 이같은 몰지각한 태도에 시민단체들은 '어이없다'고 반응하면서 이번 기회에 잘못된 것은 바로잡자고 벼르고 있다.
 ◇예산낭비 원인과 실태
 행정자치부는 지난 8월 2001년도 예산안 편성과 관련해 전국 자치단체에 경상비·판공비 10% 줄이기, 회계의 투명성·생산성 확보 등의 내용을 담은 '지방재정 운영 기본방향 6가지'를 하달, 이행토록 했다.
 하지만 도내 시·군들이 편성한 새해 예산안을 보면 이같은 지침을 무색케 한다. 예산 전문가들은 이같은 결과가 점증적·반복적 예산편성 기법에 익숙한 담당 공무원들과 선심성 사업을 남발하는 단체장들이 만들어낸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초과근무를 한 직원에게 식사비로 지급되는 급량비의 경우 안양시는 행자부 제시 상한선인 한끼 5천원으로 정하고 연간 12억3천여만원을 책정했다. 군포시가 똑같은 급량비를 4천원으로 정한 것으로 미뤄볼때 예산절감보다는 관례에 따른 편성자세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을 알 수 있다. 안산시도 현재 조달청 단가로 구입하는 복사용지를 일괄 구매할 경우 연간 1억원의 예산절감이 눈에 보이는데도 애써 외면하는 눈치다.
 민선단체장들이 지방재정 확충과 지역특성화를 위해 앞다퉈 개최하는 전시성 사업도 예산낭비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 개최됐던 하남국제환경박람회는 무리한 사업 추진으로 결국 100억원대의 재정손실을 초래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정확한 예산편성과 집행을 감시·감독해야할 시군의회도 각종 홍보성사업에 앞장서고 해외연수에만 신경쓰느라 방만한 예산편성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임기중 한번으로 정해진 연수제도 자체를 행자부 권고사항인 연간 연수비 130만원 이내로 제한하는 등 의회가 자발적으로 규정을 마련해 공무원연수문제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개선대책
 난공불락처럼 여겨졌던 대표적 단체장들의 판공비는 시민단체가 끊임없이 내역공개를 요구하면서 투명성이 높아지고 규모도 줄어드는 추세다.
 이미 충남과 대전시가 판공비 사용내역을 공개하고, 이어 내년도 예산을 30% 줄인다고 발표했다.
 시민단체와 예산 전문가들은 이처럼 지자체 예산에 대한 끊임없는 감시와 견제만이 국민혈세의 누수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아가 현실에 맞는 예산편성과 투명한 집행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의 마련도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 1월 전국 37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예산감시네트워크는 성과주의 예산제도와 납세자 소송제도가 도입돼야 무분별한 예산낭비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과주의 예산제도는 시정분야별로 전략과 목표를 세워 이를 달성하는데 소요되는 재원을 배분하는 제도로 서울시는 지난 몇년간 일부 실국을 통해 실시해오다 내년도부터 전면시행에 들어갔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시민들이 어떤 사업에 얼마나 재원이 사용됐는지 일목요연하게 알아볼 수 있다.
 수원경실련 노민호 사무국장(31)은 “시군예산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으면 결국 주민들에게 부담이 돌아간다”며 “예산항목에 대한 투명한 정보공개와 지자체 행정능력의 보완을 위한 제도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李星昊기자·starsk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