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역 백신이 바닥났다.
 올들어 도내에서만 의증환자를 포함해 모두 800여명의 홍역환자가 발생하면서 예방접종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보건소와 일반 병원은 물론 제약회사와 약 도매상에도 재고량이 동나 후진국형 보건행정의 현주소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집중 발병연령층인 초·중등생은 고사하고 필수 예방접종 대상자인 생후 12~15개월(1차접종)과 만4~6세(2차접종) 영유아조차 접종을 받지못하는 초유의 '백신대란'이 빚어지고 있다.
 12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39개 보건소의 홍역등 혼합백신(MMR) 재고는 지난 10일 현재 3만3천885개로, 연말까지 예상되는 1, 2차 접종 최소 소요량 8만2천300여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도내 예방접종 대상자 30만5천여명 가운데 절반인 15만3천여명만이 접종을 받은 것으로 집계돼 상당수 1차접종 대상자들이 접종시기를 놓쳐 홍역과 볼거리, 풍진 등에 무방비로 노출될 위기에 처했다.
 부천시 소사구보건소와 의정부시보건소는 지난 10일 오전 재고가 아예 바닥났으며 평택시보건소 등 20여개 보건소도 이번주 초 보유 백신이 모두 동이 날 것으로 보인다.
 인천도 10개 보건소 가운데 이미 남구보건소의 보유백신이 바닥난 것을 비롯해 대부분 이번주 중 예방접종을 전면중단해야 할 처지다.
 여기에 소아과 병·의원 중 30% 가량이 홍역백신을 구하지 못해 예방접종을 중단,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백신이 공급되기까지 최소 한달이상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백신부족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평택시보건소는 올초에 연간 백신접종 인원을 5천56명으로 설정했으나 이달 초부터 매일 600여명이 넘는 아이들이 몰리면서 1주일만에 백신이 바닥났다.
 보건소측은 지난주 시로부터 3천400여만원을 백신구입비로 긴급 지원받았으나 아직 백신을 구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다른 보건소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대부분 2차접종을 제한하고 1차접종 대상자에 한해서만 부분적으로 접종을 실시하는 상황이다.
 백신 수입 제약회사인 녹십자의 한상부과장은 “회사 재고량 중 절반(4만여개) 가량이 경기도에 공급됐는데 경기도의 사정이 좋지 않다면 다른 시·도의 사정은 말할 것도 없다”면서 “MMR은 검사기간 등이 단축된다해도 빠르면 내년 1월 말에나 추가 공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도관계자는 “모든 시·군이 예비비 등을 총동원해 백신구입에 나서고 있지만 제약회사마다 재고가 없어 뾰족한 방법이 없다”며 “다만 12~15개월 영아들이 접종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이들에 대해 우선 접종을 실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裵相祿기자·bsr@kyeongin.com
/李宰明기자·j mtrut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