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 한여름 중국 만주의 작은 안마방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은 국경을 넘어 10년이나 이어진 도주의 시작이었다.
갓 스무 살을 넘긴 청년이던 조선족 양모씨는 공범이 피해자의 머리를 맥주병으로 내리쳐 살해하면서 졸지에 중국 공안에 쫓기는 신세가 됐다.
살인 혐의자 꼬리표도 붙었다.
공범은 붙잡혀 재판에 넘겨졌으나 양씨는 3년 뒤 신분을 속여 한국으로 도주하는 데 성공했다.
브로커를 통해 '김○○' 이름으로 가짜 여권을 만들어 서울에 발을 들이고서 법무부에서 귀화 허가까지 받아낸 것이다.
서울 구로구 구로동 동사무소에서 주민등록증을 발급받고 어엿한 한국인이 된 양씨는 중국에 여행을 다녀오는 대담함을 보이기도 했다.
그의 신분 세탁은 5년 가까이 탄로 나지 않았다.
하지만, 작년 1월 첩보를 입수한 경찰에 덜미를 잡히면서 가면을 쓴 양씨의 비뚤어진 '코리언 드림'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공전자 기록 등 불실기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양씨는 서울중앙지법에서 징역 10월을 받았다.
변호사를 바꿔가며 항소에 상고를 거듭했지만 모두 인정되지 않아 지난 6일 형이 확정됐다.
양씨의 모친이라는 사람이 증인으로 출석해 "양씨와 김씨는 부친이 다른 형제(동복형제)라서 얼굴이 비슷할 뿐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진술했으나 법원은 혈액형 검사 결과 등을 근거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무부가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마자 귀화 허가를 취소함에 따라 그동안 김씨 이름으로 재판을 받던 그는 비로소 양씨로 돌아갔다.
이어 양씨에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 당국이 앞서 외교 채널을 통해 그의 신병을 인도해달라고 정식 청구했다.
한국에서 받은 형사처벌과 별도로 10년 전 상해치사 혐의에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였다.
서울고검의 청구로 범죄인 인도심사를 진행한 서울고법은 지난 12일 인도허가 결정을 내려 사건을 일단락지었다.
서울고법 형사20부(황한식 수석부장판사)는 양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심사 청구 사건에서 양씨를 중국에 인도할 것을 허가했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양씨와 김씨가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이 충분히 소명된다. 형사재판에서 양씨 모친이 한 진술은 쉽게 믿기 어렵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양씨는 중국으로 넘겨졌다.
중국에서는 상해치사 혐의에 최소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형을 적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10년 가짜인생' 중국에 넘겨진 살인혐의 조선족
신분세탁 들통 이어 법원서 범죄인 인도 허가 결정
입력 2013-02-26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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