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반도체 화성사업장의 불산 누출사고는 안전의식 해이, 관리감독 소홀, 안이한 사후 대처 등으로 인한 인재(人災)로 드러났다.

경기지방경찰청은 26일 불산 누출사고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서 삼성전자 최모 전무 등 임직원 3명, STI서비스 임직원 4명 등 모두 7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불산 취급 및 관련 설비에 대한 관리 감독 태만으로 불산 누출 주의 및 신고, 조치 의무 등을 위반한 혐의다. 경찰은 추가 소환 통보를 한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 사장급 인사에 대해서도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추가 입건키로 했다.

경찰은 불산 누출의 1차 원인을 11라인 중앙화학물질공급시스템(CCSS) 내 불산탱크밸브의 '이음쇠 부분인 실링(고무패킹) 노후화와 볼트 부식'으로 추정했다. 2차 유출도 배관을 이어주는 플랜지 연결 볼트의 불완전한 조임, 개스킷 삽입 작업 불량 및 개스킷 재활용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밸브 노후화 상태에서 추정한 불산의 최대 누출량은 시간당 최대 7ℓ에 이른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도 나왔다.

경찰은 사건의 개요도 재정리했다. 지난달 27일 오후 2시 11분께 11라인 CCSS에서 STI서비스 오후 근무자인 정모(43)씨가 불산 누출을 처음 발견했고, 누출 10시간이 지난 다음날 0시13분께가 돼서야 11라인 파트장인 STI서비스 박모(34·사망)씨 등 3명이 밸브 교체작업에 착수했다.

밸브 교체후 불산이 계속 누출되자 박씨 등은 추가보수작업을 벌였고, 이후 목과 가슴 등에 통증을 호소한 박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불화수소산 중독'으로 사망했다.

불산 외부 유출 의혹을 불러일으킨 배풍기는 숨진 박씨가 설치했고, 삼성전자 환경안전팀 소방대원이 CCSS 입구로 대형 배풍기를 이동시키는 모습이 CCTV로 확인됐다.

이번 발표에서 불산가스 외부 유출에 따른 2차 피해 여부, 사고 원인으로 지목되는 안전관리 원하청 관계 등은 밝혀지지 않았다. 향후 한강유역환경청·고용노동부경기지청의 개별 수사가 병합돼야 정확한 책임이 가려지고, 개선 방안도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김태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