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세금부과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주주가 과세 대상이 되는 대기업이 120곳을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3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총매출에서 그룹 계열사에 대한 매출(내부거래) 비중이 30%를 넘는 대기업 중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30%를 넘는 곳이 120곳에 달한다.

분석 대상은 총수가 있는 38개 대기업집단(자산 5조원 이상)으로, 지주회사는 제외했다.

이는 그 지배주주가 일감 몰아주기 과세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대기업이 최소 120곳에 달한다는 것을 뜻한다.

특수관계법인으로부터 정상 거래비율(30%)을 넘는 일감을 받은 기업의 지배주주와 그 친족 중 3% 이상을 출자한 대주주는 일감몰아주기 과세 대상이 된다.

공정위는 총수 일가 지분율이 30%를 넘는 곳만을 추려냈으므로, 국세청 과세 기준에 포함될 기업은 이보다 훨씬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업종별로는 시스템통합(SI)(16곳), 광고대행 등 전문서비스업(13곳), 건물관리 등 부동산업(11곳) 등에 특히 많았다.

총수 일가가 지분 46%를 보유한 삼성에버랜드는 내부거래 비중이 44.5%에 달했다. 총수 일가 지분율이 43.4%인 현대글로비스의 내부거래 비중도 45.2%에 이르렀다.

SI업체인 SKC&C의 총수 일가 지분율은 48.5%, 내부거래 비중은 65.1%에 달했다. 총수 일가가 지분 93.3%를 보유한 GS아이티엠의 내부거래 비중도 82.3%에 이른다.

CJ그룹 총수 일가가 지분 100%를 가진 건물관리업체 씨앤아이레저산업의 내부거래 비중은 무려 97.2%다.

대기업 계열사가 특정 계열사에 상품이나 서비스를 집중적으로 발주하는 일감 몰아주기는 재벌 총수일가가 부를 세습하는 수단으로 악용돼 왔다.

물류, 시스템통합(SI), 건설 등에서 계열사 일감을 몽땅 넘겨받은 비상장 계열사는 기업 가치가 치솟게 되고, 이 회사가 상장하면 총수 일가는 막대한 부를 얻게 된다. 일감몰아주기가 단순히 공정한 경쟁을 해치는 상도덕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세금 부담없이 편법적으로 부를 대물림하는 '탈세 문제'가 되는 이유다.

공정위 분석 결과 대기업 계열사 중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50%를 넘는 곳은 120곳, 이 가운데 지분율이 100%인 곳은 55곳에 달했다.

총수 일가 지분율이 100%인 곳의 그룹 내부거래 비중은 46.8%로, 모두 일감 몰아주기 과세 대상이다.

총수 2세의 지분율이 50% 이상인 대기업 계열사은 26곳, 100%인 곳은 7곳이었다.

2세 지분율이 50%를 넘는 26곳의 내부거래 비중은 56.3%, 100%인 7곳은 58.1%에 달했다.

공정위 고위관계자는 "국세청이 자료를 요청하면 민감한 조사자료 등을 제외하고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며 "일감 몰아주기 근절이 올해 최대 정책목표인 만큼 공정위 자체적으로도 조사 강도를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