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습법상 '딸을 상속에서 배제한 것은 위헌'이라며 제기한 헌법소원이 헌법재판소에서 각하됐다.

1960년 민법 시행 이전의 재산상속에 관한 관습법상 분재청구권(分財請求權)은 소멸시효가 이미 완성됐기 때문에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결정이다.

헌재는 딸들에게 상속재산 분재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며 이모씨 자매가 낸 헌법소원을 각하했다고 3일 밝혔다.

관습법상 분재청구권이란 호주상속제에서 차남 이하 아들이 장남에게 일정한 비율의 재산을 나눠줄 것을 요구하는 권리다.

1960년 이전에는 호주 사망 시 장남에게 전 재산을 상속하되 아들이 여럿이면 장남에게 절반, 차남 이하에게 나머지를 균등 분배하게 했다. 그러나 딸에게는 분재청구권을 아예 인정하지 않았다.

현행 민법은 배우자, 장남, 나머지 자녀가 일정한 비율에 따라 재산을 상속하게 돼 있다.

이씨 자매의 부친은 1951년 사망했고 토지는 장남에게 상속됐다. 이후 모친이 2003년 사망하자 이씨 자매는 장남과 재산권 분쟁을 벌이다 2006년 소송을 냈다.

법원은 그러나 관습법에 따라 딸들의 분재청구권을 인정할 수 없다며 이씨 자매의 청구를 기각했고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이씨 자매는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 이 역시 대법원에서 각하되자 2009년 헌법소원을 냈다.

여성의 분재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는 관습법은 사회적 특수계급제도를 부인하는 헌법 11조2항과 여성·청소년의 복지·권익향상을 위해야 한다는 헌법 34조에 위반된다는 취지의 청구다.

헌재는 이에 "관습법은 민법 시행 이전에 재산상속에 관해 적용된 규범으로서 비록 형식적 의미의 법률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갖기 때문에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다"고 전제했다.

헌재는 그러나 "대법원 판결에서 여성의 분재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소멸시효의 진행을 막는 법률상 장애가 아니며, 설령 여성에게 분재청구권이 있다 하더라도 이미 소멸시효 10년이 완성됐다는 판단이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이어 "판결이 확정된 이상 소멸시효 완성 여부를 더 다툴 수 없게 됐다. 따라서 관습법의 위헌 여부는 재판의 전제가 되지 않는다"고 각하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8명의 재판관 중 이정미 재판관은 "헌재가 관습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하기 전에는 청구인들이 분재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면서 "따라서 소멸시효를 청구인들이 권리 행사를 할 수 있는 때(헌재가 위헌 결정을 하는 시점)로부터 기산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 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