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이후 80일 가까이 미국에 체류한 안철수 전 서울대교수가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한 구상을 매듭짓고 오는 10일께 귀국한다.

지난해 9월 대선 출마 직후 "건너온 다리를 불살랐다"며 앞으로 정치인으로 살겠다는 각오를 수차례 밝혀온 안 전 교수가 '정치인 안철수 제2막'을 열면서 내민 첫 도전장은 4월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다.

안 전 교수의 4월 재보선 도전은 신당 창당 등 정치 세력화로 자연스럽게 연결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선 도전에서 한차례 고배를 마신 안 전 교수가 차기 대권 행보를 위한 한걸음을 내디뎠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은 그동안 안 전 교수 측이 4월 재보선에 어떤 식으로든 대응할 것이라는 전망을 해왔다. 안 전 교수 본인이 직접 출마하거나 아니면 측근 인사들이 출마해 정치 세력화에 시동을 걸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안 전 교수 본인의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대선캠프 출신 인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5년 뒤 대선을 바라본다면 서두를 필요 없다는 '신중론'과 정치인으로서 본격적인 행보를 빨리 시작하는 것이 좋다는 '조기대응론'이 비등하게 맞섰다.

안 전 교수는 고심 끝에 4월 재보선에서 직접 출마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캠프 공동선대본부장을 맡았던 송호창 의원은 3일 기자회견에서 "보궐선거와 관련해 많은 의견을 다양하게 수렴한 결과 이런 결심을 한 것 같다"며 "이번 보궐선거 출마에 여러 정치적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안 전 교수는 4월 재보선에 대한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해 11월 23일 후보 사퇴 선언 직전 참모들에게 "이게 끝이 아니다. 빠른 시간 내에 또 기회가 올 것이다. 내년 재보궐 선거도 있지 않느냐"고 말했으며 이후 참모들과의 오찬 자리에서도 4월 재보선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후보 사퇴 사흘 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국회의원을 한번 하고 이 길을 걸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국회의원 경험 부재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안 전 교수는 지난 대선에서 무소속 후보로서 기성 정치권의 장벽에 부딪혔던 만큼 4월 재보선을 계기로 신당 창당 등 정치 세력화를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캠프 상황실장 출신의 금태섭 변호사는 최근 한 방송 인터뷰에서 "정당의 중요성을 공감한다"며 "지난 대선엔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힘들었다"고 밝혔다. 캠프 출신 인사들 사이에서도 시기에 대한 의견이 엇갈릴 뿐 대다수가 신당 창당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안 전 교수는 4월 재보선 출마로 당장 야권과의 관계 설정부터 신당 창당, 새로운 정치 비전 제시까지 정치력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안 전 교수 측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본인이 직접 출마하면 4월 재보선의 구도 자체와 무게감이 확 달라진다"며 "안 전 교수도 기왕에 할 거면 세게 하는 게 맞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치활동 재개를 앞두고 안 전 교수의 정치스타일에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안 전 교수는 3일 오전 언론에서 자신의 귀국 날짜와 관련한 보도가 나오자 송호창 의원을 통해 기자회견을 잡아 귀국 날짜와 4월 재보선 출마 계획까지 속전속결로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대선 출마 선언 이전에 출마 여부를 놓고 언론과 숨바꼭질을 하며 지나친 신중행보라는 지적을 받았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안 전 교수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머무는 동안 휴식을 취하며 지난 대선 실패 경험을 복기하고 향후 행보를 구상해왔다. 송호창 의원, 금태섭 강인철 변호사 등 미국을 방문한 최측근 인사들과도 만나 정치 행보를 논의했다.

그는 후보직 사퇴 후 캠프 국민소통자문단과의 오찬에서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를 정리해보니 실패한 원인이 10여가지 되는 것 같다"며 "새로운 정치를 하려면 왜 실패했는지 알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안 전 교수가 내주 귀국과 함께 밝힐 것으로 보이는 대선 당일 출국 후 80여일간에 걸친 고민의 결과물이 무엇일지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