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이 이자 기일을 앞두고 자금 수혈에 난항을 겪고 있다.

여기에 자본금 4조원 증자안 실행이 불투명한 상황인데다 공기업인 코레일에 대한 감사원 감사도 예정돼 있는 등 안팎으로 시달리면서 용산개발은 사면초가 위기에 놓였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용산사업 시행사인 드림허브는 당초 우정사업본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 일부 승소판결에 따라 입금되는 손해배상금중 257억원을 받아 이달 12일 59억원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이자를 갚을 예정이었다.

드림허브는 작년에 무단으로 사업개발 부지를 사용했다며 우정사업본부를 상대로 총 443억원의 부당이득금 청구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손배금 가운데 철도부지 일부 신탁을 맡고 있는 대한토지신탁에 257억원만 지급했다.

그러나 우정사업본부가 손배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자 대한토지신탁이 손배금 257억원을 용산개발 측에 보내지 않고 시간을 끌고 있는 것이다. 판결이 뒤집어질 경우 손배금을 다시 돌려줘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용산개발 측은 우선 12일과 14일에만 총 69억원의 이자를 갚아야 한다.

용산개발 관계자는 "개발사업을 위해 신탁사인 대한토지신탁이 끼어 있지만 땅은 우리가 소유하고 있다"며 "받은 손배금은 우리 쪽에 빨리 보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파산위기에 처한 용산개발은 당장 감사도 받을 상황에 놓였다. 감사원이 18일부터 코레일을 상대로 감사를 개시하면 용산개발도 감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주 드림허브 이사회를 통과한 자본금 4조원 증자안은 시행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코레일은 받지 못한 토지대금 5조3천억원중 2조6천억원을 현물출자하고 랜드마크빌딩 계약금 2차분 4천161억원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민간 출자사들에 1조4천억원을 출자하라는 방안을 제안했다.

안건은 이사회를 통과했지만 코레일은 1조4천억원 증자에 참여할 민간 출자사가 확정되면 출자 방안을 시행하겠다고 한 반면 민간출자사들은 증자 참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특히 코레일이 증자에 참여하기를 기대하고 있는 삼성물산 측은 1조4천억원을 단독 부담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입장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드림허브 일부 지분과 시공권을 갖고 있을 뿐 사업 주관과는 무관한 입장"이라며 "더구나 나중에 받을 공사대금이 있으니 그 돈을 모두 증자하라는 건 말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정치권 안팎에서 용산개발 사업이 거론되는 것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단 용산개발 측은 5일 드림허브 이사회를 열어 1천800억원 규모의 ABCP 만기 유예 안건을 논의하면서 자본금 증자와 긴급자금 지원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자기일인 12일 이전에 여유를 갖고 자금 수혈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은 이날 하루뿐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용산개발 측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주주들 간 사업방향과 증자 참여 여부에 대한 갈등, 손배금 유입 불투명, 감사 예정 등 안팎으로 시달려 힘들다"며 "손배금 입금이나 긴급자금 지원을 통해 12일 이자를 결제하고 파산을 피하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