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지난 3일 중구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농성장에 불을 지른 혐의(현존건조물 방화)로 안모(52·무직)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 등에 따르면 안씨는 3일 오전 5시20분께 대한문 근처를 배회하다가 라이터로 농성장 천막에 불을 붙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화재 발생 당일 현장 감식 및 인근 CCTV 영상자료를 토대로 용의자를 찾아내 검문 끝에 검거했다.

조사 결과 안씨는 약 15일 전에도 농성장을 찾아 "천막이 지저분하니 치우라"고 해 농성장 안에 있던 이들과 말다툼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안씨는 이후 앙심을 품고 방화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안씨가 지난 1월23일 서울 중구 저동1가 노상에 명동 철거민대책위원회가 설치한 천막과 명동1가의 패스트푸드점 직원탈의실 쓰레기통에 불을 붙이는 등 앞서 도심에서 3차례 방화를 저지른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CCTV, 목격자 진술 등을 들이대 안씨로부터 자백을 받았다.

안씨는 방화 경위에 대해 "쓰레기를 태워 없앤 것일 뿐"이라거나 "'거리를 치우라'는 환청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배후가 있거나 특정 목적을 가지고 불을 지른 것은 아닌 걸로 보인다. 구체적인 범행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화재로 대한문 앞에 설치된 천막 세 동 중 두 동이 전소되고 나머지 한 동의 절반 이상이 타면서 소방서 추산 850만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농성장 옆 덕수궁 담의 서까래 15개도 그을렸다.

당시 천막을 지키고 있던 쌍용차 조합원 2명은 불이 나자 밖으로 대피해 인명피해는 없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