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록 공장'이 화재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

4일 오전 11시께 인천시 서구 당하동의 한 가구공장. 천막으로 지은 가건물 내부에서 공장 직원들이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다. 불을 이용한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공장 내부에 흔한 소화기조차 찾아볼 수 없다. 엄연한 소방법 위반이다. 업체 관계자에게 소방안전시설을 갖추지 않은 이유를 묻자 "어차피 불이 나지 않게 조심하면 된다"며 "이 일대 공장 대부분이 제대로 소방시설을 갖추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인근에 위치한 또 다른 공장. 이 공장에도 소방시설은 설치돼 있지 않았다. 공장 관계자에게 소방시설에 관해 감독을 받은 적이 있냐고 묻자 "등록이 돼 있지 않은 곳이기 때문에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며 "어차피 재개발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에만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이 일대에 위치한 10여 곳의 공장 대부분이 천막으로 된 가건물을 이용해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형태의 가건물은 불에 취약하기 때문에 화재 위험성이 매우 크다. 이러한 이유로 가건물을 공장으로 이용하는 행위는 법으로 금지돼 있지만 업체들은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있다.

이곳 공장들은 작업장 면적이 500㎡ 미만이기 때문에 관할 관청에 시설물 허가나 등록이 필요없다. 또한 택지개발 예정지구이기 때문에 가건물 설치시 별도의 신고를 하지 않아도 과태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이 점을 악용해 공장주들은 무단으로 천막 가건물을 설치해 소방시설을 완비하지 않고 공장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 지역 인근에서만 최근 2건의 큰 화재가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막대한 재산피해가 났다. 지난달 22일에는 13억6천만원(경찰 추산)의 재산피해가 있었고, 3일 뒤인 25일에는 가구전시장에서 불이 나 2억여원(소방서 추산)의 재산피해가 났다. 이 화재는 모두 천막으로 지어진 가건물에서 일어난 사고였다.

사정이 이런데도 관할 소방서는 현황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공장들이 관할 관청에 등록돼 있지 않기 때문에 소방서 관리 대상에도 빠져 있는 것이다.

소방서 관계자는 "구청에 등록돼 있는 공장에 한해서만 관리, 감독 위반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앞으로 이 일대 순찰을 통해 화재를 예방하겠다"고 밝혔다.

/김주엽기자

■무등록 공장?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작업장 면적이 500㎡ 미만 공장은 관할 관청에 등록할 의무가 없는데, 이에 따라 특별한 등록 없이 운영중인 공장을 말한다. 인천에는 주로 검단지역에 많이 분포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느 정도의 무등록공장이 인천에 있는지 파악조차 어려운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