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오후 큰 화재가 발생한 포항시 북구 용흥동 수도산에 불길이 번지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오후 3시50분께 경북 포항시 북구 용흥동 용흥초등학교 뒤편 탑산에서 큰 불이 났다.

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인근 수도산, 양학산으로 번졌고 인접한 아파트와 주택 등 민가 53가구를 태웠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검은 연기가 포항시내를 뒤덮고 교통이 통제되는 등 혼란을 겪었다.

◇도심 인접해 민가 피해 = 주말 오후 대형 산불이 나자 포항시는 인근 용흥ㆍ양학ㆍ우창동 일대 아파트 단지와 주택의 주민 수천명에게 긴급 대피령을 내렸다.

우현동 대동우방아파트 2개 동의 꼭대기층 3가구에 불씨가 튀어 내부가 탔으며,확산된 불이 주택을 덮쳐 주택 53가구가 타는 피해를 냈다.

용흥동 아파트와 도로변 40가구, 중앙동 궁도장 뒤 주택 10가구가 전소되거나 일부 불에 탔다.

인근 주민 400여명은 경로당과 학교 등으로 긴급 대피했으며,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주민 박규도(27)씨는 "오후 3시50분께 검은 연기가 치솟았는데 얼마 안되는 거리에서도 앞이 안 보일 정도"라고 전했다.

◇강풍에 진화 어려워 = 용흥동 산불이 1㎞가량 떨어진 우현동 포항여중 뒷산까지 번지면서 공무원과 군인들이 학교로 옮겨 붙을 것에 대비해 방어선을 치고있다.

산림당국은 소방·임차·군헬기 11대와 공무원·군인·소방대원 2천500여명을 동원했으나 바람이 강한데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헬기마저 철수해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 9일 오후 포항시 북구 용흥동 수도산 곳곳이 불에 타고 있다. /연합뉴스

포항시는 날이 어두어지면서 바람이 잠잠해져 불이 더 이상 번지지 않을 것으로보고 있으며 이 시간 현재 현장에는 2천여명의 인력이 대기 중이다.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박승호 포항시장도 화재 현장에서 진두지휘에 나서고 있다.

◇헬기 태부족에 강풍까지 = 도심에서 대형산불이 발생했는데도 부족한 장비에 강풍까지 겹쳐 대혼란을 겪었다.

전국에서 동시다발로 산불이 발생하면서 동원 가능한 진화용 헬기가 모두 출동해 포항지역에만 집중 투입할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날 포항지역에 출동한 헬기는 총 6대. 이 중 용흥동 산불에 동원된 헬기는 고작 3대다. 3시간여만에 큰 불길을 잡은 남구 우복리 산불에 3대가 동원됐다.

날이 어두워지기 직전 다른 지역에서 출동한 헬기 5대가 합류했으나 역부족이었다.

한 공무원은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로 시 임차헬기 1대가 우선 투입되고 나머지는 다른지역에서 오느라 다소 초동진화가 늦었다"며 "다행히 날이 어두지면서 바람이 잦아져 다행"이라고 말했다.

▲ 9일 오후 경북 포항 용흥동에서 큰 산불이 나 계속 번지고 있다. /연합뉴스

◇포항 도심 검은 연기로 아수라장 = 산불이 발생한 용흥동과 산불이 번진 양학ㆍ우창동 등은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도심지역이다.

불이 나면서 검은 연기가 도심 하늘과 시가지 도로 등을 뒤덮어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다. 이로인해 일부 도로의 차량이 통제돼 도심이 큰 혼잡을 빚었다.

일부 주민들은 매캐한 연기 속에서 계속 기침을 해대고 아이들은 두려움에 떨며부모를 찾는 등 한때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시민 백상수(45)씨는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고 차량들로 도로가 막혀 마치 전쟁터에 온 느낌"이라며 "더 이상 피해가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불장난? 벌통소독? = 포항시는 용흥동 산불이 용흥초 뒷산에서 어린이들의 불장난이거나 쓰레기를 태우다 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남구 연일읍 산불은 주민이 벌통을 소독하다가 불씨가 산으로 옮겨붙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포항시 장종두 자치행정국장은 "대부분의 산불이 주민 실화로 발생하고 피해도 크다"며 "주민들이 쓰레기 등을 태울 때 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시는 산불이 진화되는대로 정확한 화재원인을 조사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