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총학, 국회의원 찾아
송도캠퍼스 인근 설치 요구
집 구할때도 시설 유무 따져
사생활·인권침해 주장 줄어
대학교 총학생회에서까지 '학생들이 불안해한다'는 이유로 대학가 주변 CCTV 설치를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CCTV 설치로 인해 사생활·인권이 침해된다는 의견은 대학교에서조차 사라져가고 있다.
연세대학교 총학생회 학생들은 지난 8일 황우여 의원 사무실을 찾아 송도국제도시 국제캠퍼스 인근 거리에 CCTV 설치 등을 요구했다. 버스정류장, 지하철 역 등과 학교 사이의 길이 위험하다는 이유에서다.
연세대학교 총여학생회 윤소영 회장은 "지나는 사람이 없어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해 학교에 오려면 무섭다는 의견이 많다"며 "그 부분에 있어 총여학생회에서 목소리를 냈고, 예산문제로 안된다고 해서 의원실까지 찾아 요구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에 이른바 바바리맨이나 변태들이 나타났다고 들었다"며 "개강한 후에 문제는 없지만 사전에 예방하자는 차원이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의 이 같은 'CCTV 사랑'은 인천지역 다른 대학교에서도 볼 수 있다.
인하대학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CCTV 설치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학생들은 지난 2010년 대학교 교내에서 있었던 성폭행 사건 등을 언급하며 교내 CCTV를 확충해 줄 것을 요구했다. 물건을 도난당한다며 CCTV를 도서관과 강의실에도 설치해 달라는 학생들의 의견도 있었다. 해당 게시물에는 학생들이 수십 회의 '추천'을 눌렀다. CCTV설치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의견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심지어 학생들은 CCTV가 설치돼 있는 집에 더 많은 월세를 주고 방을 빌리려 하기도 한다. 인하대학교 주거게시판에서 학생들은 CCTV가 설치된 비싼 집을 소개하며 '안전하다'고 소개하고 있었다.
인하대학교 4학년 황모(23·여)씨는 "부동산에서 집을 구할 때도 여학생들은 특히 CCTV가 있는 지를 확인한다"며 "월세를 1만~2만원 더 주더라도 CCTV가 설치된 집을 찾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대학생들의 모습을 보고 '격세지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과거 경찰의 학교 출입마저 허용하지 않았던 대학생들이 자발적으로 CCTV 설치를 요구하는 모습이 시대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80년대에 대학교 생활을 한 이모(55)씨는 "사회가 불안해서 그런지 학생들에게서도 사회에 순응하고, 안전을 최고로 여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며 "예전과 비교해보면 너무도 많이 달라진 사회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홍현기기자
대학생들 '불안한 세상, CCTV를 외치다'
입력 2013-03-11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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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1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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