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의 대표적 역세권인 서현역 로데오거리. 이곳에 지난해 초 치킨집을 내고 장사를 시작한 김모(50)씨는 부동산사무실에 내놓은 가게 때문에 애만 태우고 있다.
그야말로 노른자위 상권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권리금으로 무려 3억원을 내고 시작했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줄어드는 매출에 매달 꼬박꼬박 내야하는 월세 1천500만원도 더이상 감당하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그는 6개월만에 장사를 접기로 결심했지만 가게를 넘겨받겠다는 사람이 없어 6개월이라는 시간만 흘렀다.
개업 후 오히려 빚만 늘어난 김씨는 초기 투자비라도 건져볼까하는 생각에 권리금 4억2천만원을 요구했지만 흥정은커녕 문의조차 해오는 사람이 없었다.
지하철 분당선 라인의 또다른 역세권인 수내역 근처. 경기침체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이 상가를 비우고 있어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
지역 공인중개사들은 수내역세권 상가의 15%가 비어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상가 1층은 그럭저럭 가게를 꾸려갈 정도는 되지만 2~3층으로 올라가면 임대나 분양이 안돼 비어있는 점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장기 불황이 계속되면서 경기도내 자영업자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11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1년까지 증가세를 보이던 자영업자수는 지난해 4월 127만4천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지난해 12월 118만9천명으로 크게 감소했다.
자영업자수의 감소 만큼이나 도내 상가들의 공실률도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도내 각 지역상권을 조사한 결과, 안양시 1번지는 지난 2011년 공실률이 '0'에서 2012년 1분기(0.7%)부터 공실이 발생해 연말엔 6.5%의 공실률을 기록했다.
수원 영통의 경우도 2년전에 비해 공실이 2배 이상 늘어 현재 공실률이 13.1%에 이르고 성남시 모란 상권은 도내 최고 수준인 15.4%를 보였다.
비어있는 점포가 늘다보니 전기료 연체 상가도 감소하고 있지만 오히려 상가당 연체 금액은 늘어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도내(부천 제외) 일반용 전기요금 체납호수는 지난해 1만5천600호로 전년도에 비해 4천600호 줄었지만 체납금액은 58억7천만원으로 13억원이 늘었다.
이와 관련 한 공인중개사는 "워낙 장사가 안되니 임대계약기간까지 버티고 버티다 계약이 만료되면 권리금이고 뭐고 일단 장사를 접고 본다"며 "지금도 비어있는 상가에다 앞으로 계속해서 빠져나갈 것을 생각하면 불황의 끝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성철·권순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