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정부의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 발표후 부처별 학교폭력 예방대책은 숱하게 쏟아졌다. 모든 학교에서 연 2회 학교폭력 실태를 조사하도록 법제화됐다. 배움터지킴이 등 전국의 학생보호인력이 8천955명에서 1만633명으로 늘었고 안심알리미 이용 학교도 3천98개교에서 4천355개교로 늘어났다. 학교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도록 해 피해학생을 보호하고 가해학생을 선도하는 방안도 강화시켰다. 경찰은 학교폭력 신고전화(117)를 통합 운영중이다. 경기지방경찰청이 운영하는 117센터에 지난해 접수된 상담건수는 매달 2천건 안팎에 달하고 있다. 학교전담경찰관도 크게 늘려 폭력 빈발 학교 등에 집중 배치했다. 이같은 학교폭력 종합대책이 전국적으로 시행되던 와중에 경산에서 최군이 목숨을 끊었다. 2년 가까이 학교폭력에 시달렸지만 최군이 다닌 학교에서도 이런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셈이다.
작금의 학교폭력은 청소년시절의 일시적 일탈이나 순간의 고통으로 단순하게 치부될 사안이 아니다. 3년전 경기도내 모중학교에서 왕따가 돼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휴학해야 했던 A(16)양은 정신적 충격으로 아직도 고교 진학도 못한 채 정신과 병원을 오가며 하루하루를 눈물로 보내고 있다. 학교폭력은 피해 학생에게 평생 고통을 주고, 극단적인 경우 목숨까지 앗아가며 집안마저 풍비박산내는 지독히 위험한 범죄다. 그뿐만 아니다. 가해학생들은 청소년기에 이미 전과자가 되거나, 성인이 돼서도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허다하기에 더더욱 위험하다. 경기도내의 경우 폭력·금품갈취 등 학교폭력으로 사법처리를 받는 건수는 매년 평균 5천400여건에 이른다. 노르웨이에서는 1995년부터 20년간 학생들의 성장을 추적한 결과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인 가해자중 69%가 24세 이전에 전과 1범이 됐다는 분석을 내놨다. 또 35~40%가 24세 이전에 전과 3범이 됐다니 가히 충격적이다.
학교폭력이 비단 우리사회에서만 벌어지는 문제이겠는가. 1982년 10~14세의 노르웨이 어린이 3명이 학교폭력을 견디다 못해 자살한 것을 계기로 올베우스는 '괴롭힘 근절 실천운동'을 제창했다. 폭력을 목격했을 경우 주위의 친구들이 'Stop Bullying(괴롭힘 멈춰)'을 동시에 외치고, 곧바로 교사에 알린다. 학교측은 '학교폭력 무관용'을 원칙으로 철저히 처벌한다. 이 운동이 확산되면서 학교폭력이 실제로 50%이상 줄어 들었다. 그러자 영국, 독일, 미국으로 퍼져 나갔다. 최근 경기도교육청도 도내 초·중·고·특수학교에 '학교폭력 멈춰' 프로그램 선도학교 및 연구동아리의 우수사례집 '변화의 시작! 멈춰!'를 배부했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모두가 "학교폭력 멈춰"를 외치는 것으로 앞으로 그 효과가 자못 궁금하다.
학교폭력 근절은 고통받는 학생들의 구제 뿐 아니라 사회안녕과도 직결된다. 때문에 몇몇 기관만 나서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성폭력·가정폭력·불량식품과 함께 학교폭력을 4대 사회악으로 규정짓고 척결을 부르짖는 마당이다. 해당부처는 물론이려니와 경찰과 교육청, 학교와 학부모, 주변인들이 모두 나서 지혜를 모아야 한다. 학교폭력으로 어린 생명들이 이렇듯 희생당하는 비극은 결국 우리 모두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최우영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