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지역 125곳 적발 126명 입건… 빼돌린 금액만 9억원
정부·지자체 감독 부실 식자재 구입대금 부풀리기 만연
투명회계 위한 '식재료 공동구매' 남구만 빼고 시행안해
업자와 짜고 급식 식재료 구입 대금 등을 부풀려 국가보조금을 빼돌려온 어린이집 원장들에 대한 수사(경인일보 2012년 9월19일자 23면 보도)가 마무리됐다. 확인된 횡령 금액만 무려 9억원에 달한다. 단순히 부도덕한 원장들의 개인 비리쯤으로 치부할 사건이 아니다.
어린이집 급식비 사용실태와 보육시설에 대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허술한 관리·감독 체계 등 총체적인 부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 아이들 급식비 빼돌린 어른들
인천 남부경찰서는 13일 급식 식재료 보조금을 불법 유용한 혐의(영유아보육법 위반 등)로 인천·부천·고양 일대 어린이집 원장 111명(어린이집 125곳)과 지역아동센터장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또 실제보다 가격을 2배 가량 부풀리고 차액을 원장들에게 지급한 혐의(사기 등) 등으로 업체 대표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실제 급식 재료와 어린이집 시설카드로 구매한 영수증 내역을 일일이 대조할 수 없는 제도적 허점을 악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원생들이 먹은 급식은 영유아보육법상 1명당 1식 최저가격인 1천745원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부평구에서 가장 많은 38곳이 적발됐다. 이어 남구 23곳, 남동·계양구는 각각 22곳 등으로 뒤를 이었다. 행정처분 결과에 따라 어린이집 원생들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야 하는 등 적잖은 혼란이 예상된다.
■ 과징금 내면 그만… 솜방망이 처벌 논란
경찰이 지난해 8월 내사에 착수한 사실을 알게 된 원장들은 수사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현행법상 처벌 조항이 강화되기 전 범행을 중단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고 한다. 지난해 8월 개정된 영유아보육법은 1천만원 이상의 보조금을 불법 유용한 보육시설을 폐쇄 조치하도록 했다.
1천만원 이하는 1개월~1년간 운영정지를 당하거나, 3천만원 이하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이번에 적발된 어린이집은 개정전 법률을 적용받아 6개월 이하 운영정지 또는 3천만원 이하 과징금이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
■ 지자체, 수박 겉핥기식 점검
관내 어린이집 운영을 관리·감독하는 각 지자체는 식단표와 실제로 제공되는 급식을 단순 비교하고, 식자재 구입 영수증에 적힌 품목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마저도 인력 부족으로 모든 어린이집에 대한 점검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가장 많은 어린이집이 적발된 부평구의 경우 공무원 4명이 420개 어린이집을 지도 점검하고 있다.
■ 근본 처방 마련해야
인천시는 지난해 각 지자체에 급식 재료 공동구매를 권장했다. 어린이집의 투명한 회계 관리를 위해서다. 이미 서울과 경기도 지역에서 널리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남구를 제외한 모든 지자체는 이를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원장들이 불편하다는 이유 등을 대며 심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참여연대 김은정 간사는 "보육서비스에 국고가 7조원 이상 들어가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관리·감독이 부실해 보조금 불법 운용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며 "민간 어린이집들의 회계를 투명하게 관리하는 시스템을 시급히 구축하는 등 근본 처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승재·박경호기자
[뉴스분석]어린이집 급식비 보조금 횡령 수사 마무리
최저급식 못미치는 밥 주면서 '자기 배 불린 원장들'
입력 2013-03-14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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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1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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