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업계의 불황으로 업소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이웃 PC방에 해킹을 가하거나 해당 관청에 영업위반 사례를 신고하는 등 경쟁업소 견제 수법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인천시 부평구에서 PC방을 운영하던 임모(37)씨는 지난해 알 수 없는 이로부터 해킹공격을 받아 50여대의 컴퓨터를 못쓰게 됐다.

임씨는 인터넷 회선제공업체 확인결과 디도스(DDos·여러 대의 컴퓨터를 일제히 동작케 해 특정 사이트를 공격하는 해킹 방식의 하나) 공격을 받아 과다 트래픽이 걸려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런데 경찰 조사결과 범인은 뜻밖에도 임씨의 PC방과 불과 10여m 떨어진 곳에 있는 PC방 사장의 아들로 밝혀졌다.

이외에도 경쟁 PC방을 괴롭히는 수법은 많다. 가장 흔한 것은 오후 10시 이후 청소년 출입이 금지된 규정(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을 위반했다고 신고하는 것.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보이는 학생을 골라 수고비를 주며 경쟁업소에 손님으로 위장해 투입시킨 뒤, 곧바로 경찰서에 신고한다.

수원시 영통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박모(42)씨는 "야간에 PC방을 찾아온 청소년을 본의 아니게 받은 적이 있는데, 불과 몇 분 지나지 않아 단속을 당한 적이 있다. 이런 사례는 같은 업계에서 흔히 발생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손님들이 요금을 안내고 도망가는 것을 막기 위해 업주들이 화재 탈출 비상구를 잠가두는 경우가 더러 있는 점을 악용, 소방법 위반으로 신고를 하거나 건축법·식품위생법 등 PC방이 지켜야 할 규정을 어긴 것을 찾아내 신고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하양숙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정책국장은 "PC방 초기와 달리 관련 규제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데다 최근에는 흡연금지구역 지정 문제로도 계속 압박을 받고 있다"며 "불황에 못 이겨 업주들이 과당 경쟁을 벌이면서 이 같은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성호·신선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