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은 기업 세무조사 과정에서 국세청 직원들의 뇌물수수 의혹 등과 관련해 5일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이 지방국세청을 압수수색한 것은 2009년 5월 이후 약 4년 만에 처음이다. 사진은 이날 서울 종로구 종로5길 국세청 본청. /연합뉴스

국세청이 최근 대기업 세무조사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는 소문이 재계에서 파다하다.

실제로 한국GM, 국민은행, SC은행, 교보증권, 인천공항공사, KT&G, 롯데호텔, 코오롱 글로벌, 동아제약 등 업종 구분없이 광범위한 세무조사가 벌어지고 있다. KT&G 등 일부 업체에는 국세청 중수부로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투입됐다.

박근혜 정부의 출범을 전후해 경제민주화 공약을 실천하려고 전례 없는 전방위 세무조사가 진행되는 듯한 형국이다.

이 때문에 상당수 기업의 긴장과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15일 "최근 세무조사의 폭과 깊이가 종전과 다르고 규정 적용이 엄격해져 부담스럽다는 불만이 상당수 회원사에서 나온다"며 "5월 세제개편 건의안을 낼 때 조사기간을 좀 줄여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과거보다 세무조사 기간이 길어지고 조사 강도가 세졌다는 재계의 불만을 대변한 발언이다.

재계에서는 국세청이 경기 침체로 세수 목표를 달성하기 쉽지 않자 박근혜 정부의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기업들을 옥죄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총을 보낸다.

그러나 정작 국세청은 "사실과 다르다"며 펄쩍 뛴다. 대부분 조사는 4,5년 만에 이뤄지는 정기조사 성격이 짙다는 설명도 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현재 정기조사를 받는 기업들은 작년에 조사대상으로 선정된 업체 가운데 미처 조사를 못 한 곳이다"며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새로 추가한 업체는 하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연간 기업 세무조사 대상은 46만개 기업의 1% 수준인 4만6천 곳이다. 전년도 미조사업체는 이듬해로 조사가 이월되는 사례가 많다.

조사 강도나 기한(매출규모별로 2~6개월)도 자체 기준을 따른다고 했다.

이현동 청장이 부임 후 줄곧 강조해온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번 조사할 때 제대로 하라"는 방침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다만, 정기조사가 4∼5년 주기로 돌아오다 보니 바뀐 방침을 처음 접한 업체로서는 체감 강도가 크게 느껴질 것으로 추정했다.

국세청은 재계 불만과 우려에도 대기업, 고액 자산가 등 부유층 세무조사를 올해 확대할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국세청은 지난달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경제민주화 달성 차원에서 조사업무 인력을 400명 늘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가 어려워 중소·중견기업의 조사 비율은 과거보다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인력증가분만큼이라도 조사대상이 늘어나겠지만 아무리 확대해도 현재 1% 정도인 법인조사 비율을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다"며 조사 역량을 대기업에 집중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국세청은 새 청장이 임명되는 대로 조사선정심의위원회를 열어 올해 정기조사 대상을 확정하고 지하경제양성화를 위한 세부대책도 추진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