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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산업단지 내 대림산업 화학공장에서 발생한 폭발사고의 현장조사가 진행된 15일 오전 폭발 사고가 발생한 사일로(silo·저장탑) 주변이 경찰병력에 의해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연합뉴스 |
국내 최대 석유화학단지인 전남 여수국가산단은 재난이 발생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어 항상 조마조마한 모습으로 비친다.
여수국가산단에는 GS칼텍스, LG화학, 여천NCC, 호남석화, 금호석화, 한화케미칼, 남해화학, 한국바스프 등 국내 유수의 석유화학업체 60여 개를 포함해 총 220여 개 기업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이들 화학업체에서는 황산, 암모니아, 염산, 휘발유, 경유, 톨루엔, 벤젠 등 위험물, 염소, 포스겐 등 폭발성이 크고 독성이 강한 모든 화학물질을 취급하고 있다.
지난 1969년 조성, 올해로 44년이 된 여수국가산단은 지금까지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아 해당 기업은 물론 여수시, 소방서, 경찰 등 관계 당국도 24시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30만 여수시민도 항상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구미 불산 누출사고 발생 때도 크게 놀랐던 지역민들은 14일 대림산업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공장 폭발사고에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재난 대책으로 우선 해당 기업의 재난 대비 체계 구축이 첫 번째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또 국가관리 종합재난방제센터 건립, 유해화학물·위험물·가스 등 3원화된 관리체계의 일원화 등이 일찍부터 지적됐다.
여수국가산단 내 기업들은 재난 대비와 생산성 향상 등을 위해 매년 한 달 정도 공장을 쉬면서 노후화된 공정설비에 대한 정비와 보수를 한다.
더불어 재난 발생에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전기계통 설비도 집중 점검하는 등 재난에 대비하고 있다.
이번 참사가 빚어진 대림산업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공장 역시 지난 12일부터 한 달 일정으로 가동을 멈추고 노후 공정시설 보수·정비를 위한 정기보수작업에 들어갔다가 사고가 났다.
기업들은 이 밖에도 유해물질관리와 방재 장비 완비, 위험물질 입·출하 때 안전관리자 배치, 관계기관 비상연락망 구축, 재난대비 응급처치 경연대회, 여수산단 안전기술세미나 개최 등 안전사고 예방과 사후 대응능력 함양을 위한 대책을 강구 중이다.
국가 차원의 종합재난방제센터 건립은 재난재해의 사전 예방 및 발생 후 신속한 후속 대책 등 재난에 대한 종합컨트롤시스템으로 여수시는 지난해 불산 누출사건 직후 환경부에 이의 설치를 건의한 바 있다.
종합컨트롤타워 필요성은 15일 사건 현장을 방문한 새누리당 주영순 의원도 정부에 건립을 건의한 바 있다고 밝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정작 정부는 아직 아무런 회신을 해주지 않아 여수시가 실망하고 있다.
유해화학물·위험물·가스 등으로 3원화된 물질 관리체계는 여수산단 재난 대책에 큰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여수산단 화학업체에서는 황산, 암모니아, 염산 등 유해화학물질, 휘발유, 경유, 톨루엔, 벤젠 등 위험물, 염소, 포스겐 등 독성가스 등 3종류 물질을 모두 취급하고 있다.
유해화학물은 유독성, 환경오염성을 기준으로 환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 따라 환경부에서, 독성가스는 고압가스관리법 등을 적용해 자치단체가, 위험물은 위험물안전관리법에 따라 소방서에서 각각 담당하고 있다.
석유화학업종 성격상 공장 1곳에서 유해화학물질·독성가스·위험물 3종 세트를 모두 취급하는 경우가 허다해 사고 전 안전관리나 사고가 날 경우 관련 당국이 따로 노는 상황이 연출될 수 밖에 없다.
소방서는 화재 현장에 최초 출동, 진화와 구조구급활동을 하기 때문에 재난상황을 꿰뚫고 있어 사고 후 재난안전관리 부실 등에 대해 효과적으로 책임소재를 가리고 시정조치 등을 할 수 있다.
또 2차 피해가 예상되면 현장통제나 소개 등 후속대응도 기민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소방서는 화재진화와 구조구급활동만 하도록 되어 있어 이는 권한 밖의 일이다.
지난해 구미 불산 누출사건 때에도 2차 피해로까지 크게 확대된 것이 3원화된 관리체계 가동으로 사고 직후 초기 각 기관의 부실대응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관리체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현행 재난·재해 관련 관련법들도 재난안전관리기본법, 산업안전보건법, 소방기본법, 전기사업법, 고압가스관리법, 에너지이용합리화법 등 80여 개가 넘어 개별법에 따라 해당 기관별 대처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재난 후 효과적이고 원활한 협력체계를 통한 재난정보 공유, 초동대응 및 응원·지원 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여수시의 한 관계자는 "미국은 재난재해에 대해 FEMA(연방재난관리청)가 전권을 행사하는 통합컨트롤시스템을 갖고 있다"며 "한때 참여정부에서 이같은 시스템 도입을 검토했지만 결국 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