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1호 공약'인 국민행복기금이 이르면 상반기 중에 실현될 예정이다. 올해 2%대의 저성장이 예상되는데다 가계부채 또한 고민이어서 서민가계수지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판단한 때문이다. 322만 금융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들에게는 가뭄의 단비처럼 반가웠을 것이다. 과거 어느 때보다 통 큰 대책이어서 주목을 끌고 있다.

저소득, 저신용자들에 대부업체를 포함한 금융권 채무원금 감면 및 분할상환의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신청하지 않더라도 자격만 되면 모두 구제함은 물론 여러 금융기관에 빚을 진 다중채무자들도 수혜를 볼 전망이다. 탕감액 규모는 원금의 최대 50%에서 30%이며 나머지는 10년 분할상환으로 전환해 줄 방침이다. 1억원 이하의 금융권 채무자 중 6개월 이상 연체한 43만여명이 먼저 대박선물을 받는다. 기업이나 농어촌 부채감면 케이스와 동일한 원칙을 적용한 것이다.

소요재원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부실채권정리기금 잉여금 배당액 3천억원과 캠코 신용회복기금 잔여재원 8천700억원 등 총 1조8천여억원을 시드머니로 10배의 채권을 발행해서 사용키로 했다. 당장은 정부 재정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않아 다행이다. 행복기금법 제정이 관건이나 야당 또한 복지확대에 긍정적이어서 국회 통과에는 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나라살림의 핍박은 언감생심이고 성실채무자들의 역차별 시비와 고의로 빚을 갚지 않는 양심불량이 관행화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대선에서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채무불이행자의 기대치를 한껏 높인 결과 연체율이 점증하는 추세이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행복기금 소식에 미리 비싼 자금을 빌려놓으려는 행태도 나타나는 것 같다"며 한술 더 뜬다.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갈수록 포퓰리즘이 힘을 받을 개연성이 큰 탓이다. 유럽경제위기가 반면교사다. 더욱 염려되는 것는 신용불량자의 양산이다. 제2금융권의 고금리 대출론과 5%만 상환하면 대출을 연장해주는 리볼빙서비스가 대표적 사례이다. 원리금연체자 5명 중 1명이 카드대출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 크다. 금융건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신불자 축소대책은 재정허갈과 금융질서만 훼손할 뿐이다. 국민행복기금이 반쪽짜리 대책이란 비판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