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던 KTX 경쟁체제에 대해 정부가 민간이 아닌 공기업 간의 경쟁체제로 가닥을 잡은 것은 공공성과 정책의 수용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다.

제2 철도공사 카드로 철도 운영권의 민간 이양에 대한 코레일의 반발과 국민적 불안감을 잠재우면서 '대기업 특혜'라는 아킬레스건을 제거함으로써 정치적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KTX 경쟁체제의 당초 도입 취지가 코레일의 독점에 따른 폐해를 막고 경쟁력 있는 민간사업자를 끌여들여 요금 인하 등의 효과를 기대했던 것을 감안하면 제2 공사 설립으로 또다른 비효율을 낳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공기업간 경쟁 구도 가닥 이유는 = 국토해양부와 여당이 수서발 KTX 노선 운영권을 민간이 아닌 제2 공사 설립쪽으로 사실상 방향을 선회하면서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제2 공사를 통해 신설 노선인 수서발 KTX 노선의 운영권을 맡겨 기존 노선을 운영하는 코레일과 경쟁시킬 방침이다. 이후 성공 여부에 따라 기존 노선 등으로 운영권 배분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항공 부문이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 서울 지하철이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라는 양대 공공기관 체제로 운영되는 것처럼 제2 철도공사 설립도 같은 맥락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제2 공사 설립으로 방향을 튼 것은 정치적 부담감과 사업 일정을 앞당겨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조현룡(새누리당) 의원은 "KTX 경쟁체제 도입이 2년여간 장기화되고 있어 국민적 반발을 줄이면서 현 상황을 원만히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공사 설립만한 카드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가 추진하던 기존 경쟁체제 도입안은 수서발 KTX 노선의 운영권을 민간 사업자에 넘긴다는 점에서 "알짜 노선을 민영화한다"는 비난 여론을 불러왔다.

특정 대기업들이 관여된 것이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불거지는 등 정치권과 시민사회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국토부는 지난해 민간 사업자 모집을 연기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대기업 특혜 논란이 새 정부가 추구하는 '경제 민주화'와 역행한다는 점도 부담을 작용했다.

한 민간연구소의 관계자는 "새 정부는 민영화라는 의심을 받지 않으면서도 철도 운영을 효율화해 막대한 철도 부채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제3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느꼈을 것"이라며 "그런 면에서 제2 공사를 통한 공공경쟁 체제는 특혜 논란을 불식시키고 철도산업의 공공성을 지킬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판단한 듯하다"고 말했다.

민간 이양에 비해 코레일의 반발이 덜하다는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코레일은 표면적으로 제2 공사 설립에 반대하지만 고용창출 효과 등을 기대할 수 있어 나쁘지 않다는 반응이다.

수서발 KTX 사업자 모집을 더이상 늦출 수 없다는 점도 제2 공사 설립에 힘을 싣고 있다.

당초 수서발 KTX 노선은 호남고속철도와 같은 2015년 1월 개통예정이었으나 수서역 건설과 광역급행철도(GTX) 수서∼동탄 구간과의 노선 공유, KTX 경쟁체제 도입 등의 문제로 아직 착공을 못했다. 개통시기 연기가 불가피한 것이다.

수서발 KTX 개통지연은 선로 용량 한계로 이어져 2015년 개통할 호남고속철도 운행에도 영향을 미친다.

국토부는 제2 공사 설립을 서두르더라도 수서발 KTX 노선 개통은 2015년 10월께나 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 공공성 유지 VS 효율성 없다 '찬반' = 정부는 제2 공사 설립과 관련한 최종 방침이 확정되면 속도감 있게 사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새누리당을 비롯한 여당이 제2 공사 설립에 찬성하고 있고, 야당 역시 민영화에 비해 낫다는 의견이 많아 국회 동의를 얻는데 큰 어려움은 없어 보인다.

새누리당 조현룡 의원은 정부안이 확정 발표되는대로 제2 공사법을 발의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경쟁 공기업이 새로 생기는 만큼 코레일이 독점일 때보다는 경영합리화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제2 공사의 초기 자본금을 정부가 100% 출자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나 국민주를 일부 포함하거나 코레일에 일정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제2 공사 설립을 놓고 한계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코레일의 비효율성과 철도 구조개혁을 위해 경쟁체제를 도입한다면서 또다른 공사를 설립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 시민단체의 관계자는 "KTX 운영권을 민간에 넘김으로써 KTX 요금 인하를 약속했던 정부가 새로운 공사를 만든다는 것은 가격 경쟁을 포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제2 공사가 부실해질 경우 코레일과 같은 또다른 부실공기업을 낳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기업끼리 경쟁을 한다면 요금 인하 노력이 소홀할 수밖에 없다"며 "민간 경쟁에 비해 효율성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