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규 경제부장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정부조직법 개정과 인사청문회 후보자 검증과 채택 여부를 둘러싼 여야간 난타전 등이 국민들을 짜증나게 하고 있다. 새정치·새시대·행복시대를 갈망하고 기대했던 국민들은 새정부가 본격 가동되기도 전에 각종 암초에 부딪혀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습에서 향후 5년간 이 나라의 갈 길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복선을 보는지도 모르겠다. 다시말해 국민들은 '새 세상이 열렸으면 새로운 임팩트와 새로운 정책이 나와야 하는데 손에 잡히는 게 없다'고들 한다. 이 중에서도 가장 민감하고 촉각을 곤두세우는 정책이 바로 부동산 활성화 대책이다. 인수위에서조차 유독 부동산 정책 문제는 그다지 이슈의 중심에 서지 않았었다.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싱크탱크라 할 수 있는 국토부장관과 기재부장관, 금융위원장 등도 아직까지 끝없이 추락하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기사회생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왜 이럴까? 자본주의 시장경제 논리대로 '자연치유'를 바라는 것인가 아니면 겁을 내는 것인가? 답답함을 호소하는 국민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 19일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새정부 들어 처음으로 경기지역 여야의원 22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기도 주택시장 및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국회의원 초청 도정협의회'를 가졌다. 김 지사는 모두발언을 통해 "최근 경제상황은 내수침체, 수출 경쟁력 약화, 안보위협 등 3대 중대위기에 처해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 숨통을 터야 하는데 그 핵심고리는 부동산 경기 안정화"라고 역설했다. 또 주택시장 침체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취득세 추가감면 연장기간을 6개월에서 1년 이상으로 확대 ▲지방소비세 20% 수준의 연차적 인상 및 지방소득세 신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폐지 ▲주택임대소득은 종합소득세 누진합산대상서 분리 등을 정치권에 요청하며 일갈했다. 그러나 이날 협의회장에서조차 분양가상한제 폐지 및 DTI(총부채상환율) 규제완화 등에 대한 여야 의원간 설전에 가까운 정치공방이 이어졌다. 침체된 부동산 시장 현실은 이해하지만 정책 결정은 따져봐야 한다는 논리다.

새정부에 묻고 싶다. 각종 경제지표가 곤두박질치고 어두운 전망만이 난무하는 상황인데 도대체 뭘 더 망설이는지 쉽게 납득이 안 된다. 부동산 거래가 거의 실종되고 집값 하락으로 하우스 푸어 양산이 건전한 중산층마저 파괴하는 신사회문제로 확산되고 있는데 DTI 철폐, 분양가상한제 폐지,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 등 그나마 활성화를 꾀할 수 있는 희망카드들이 있는데도 손에서만 만지작거리며 과감히 패를 내던지지 못하고 있다. 소위 부동산 및 금융전문가라 분류되는 그룹들이 "이런 정책들을 시장에 내놓자마자 투기세력의 발호로 엄청난 혼란과 부동산 시장질서를 왜곡할 우려가 매우 크다"며 강한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들 전문가 그룹이 제시하는 대안이라고는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코미디 같은 코멘트로 때우고 만다. 자칫 찬성했다가 자신들의 우려가 현실이 될 때 책임을 모면하겠다는 철저한 방어본능으로 무장하고 있는 것이다. 차라리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현실적인 길거리 정책이 더 나을 듯싶다. 거꾸로 가정한다면 전문가들이 반대한 정책이 현실에서 연착륙한다면 그때 가서는 무슨 핑계와 궤변을 늘어놓을지 모를 일이다.

투기가 사회문제가 돼 홍역을 치른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결코 가볍게 여길 사안이 아닌 것도 분명하다. 하지만 투기가 싹트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제반 여건들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미 세계경제는 미국발, 유럽발 금융위기로 저성장, 무성장시대에 접어들었다. 미국은 달러 공급을 통한 양적완화 정책으로 부동산을 떠받치고 있고, 일본은 아베신조 총리가 집권하면서 엔저 정책으로 장기 불황의 터널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정확히 직시한다면 박근혜 정부는 이제 과감한 부동산 정책을 펼쳐야 한다. 어떤 정책에도 반대는 있다. 더 이상 망설여서는 안 된다. 지친 국민들에게 활력 비타민이 필요하다.

/김성규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