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은 천안함 피격사건 3주기를 맞아 25일부터 나흘간 서해에서 대규모 해상기동훈련에 들어갔다.
2함대가 주축이 된 이번 해상훈련은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시점에서 진행돼 실전을 방불케 했다.
인천 남서쪽 87㎞ 지점 해상에서 실시된 이날 훈련은 북한이 경비정을 이용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하거나 잠수함으로 우리 함정을 공격하는 상황을 가정, 이를 격퇴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를 위해 구축함인 양만춘함을 선두로 호위함(FF)인 전남함, 초계함(PCC)인 진해함·영주함·공주함, 유도탄 고속함(PKG)인 서후원함, 고속정(PKM) 5척이 훈련에 참가했다.
'총원 대잠 전투배치' 명령이 떨어지자 경계임무를 수행하던 진해함(1천200t급)의 함교가 일순간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진해함은 3년 전 피격된 천안함과 크기나 구조가 비슷한 초계함이다.
함장인 김준철 중령(해사 48기)을 비롯해 작전관, 포술장, 전정관 등은 방탄구명복과 방탄모를 재빠르게 착용하고 정위치했다. 함정 내 장병들도 '전투배치'를 복병복창하며 바쁘게 움직였다.
시속 25km로 서행하던 진해함은 폭뢰투하를 위해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폭뢰투하'라는 함장의 공격명령과 함께 하얗게 차오른 물결을 가르는 진해함에서 폭뢰가 투하됐다.
같은 시각 근처에 있던 초계함인 속초함과 공주함에서도 폭뢰가 투하됐다.
폭뢰가 투하되고 정확히 6.8초 후 강한 폭발음과 함께 20∼30m의 물기둥이 치솟았다.
대함사격 훈련도 이어졌다. 진해함이 NLL을 침범한 가상의 적 경비정을 향해 76mm 함포와 40mm 함포를 뿜어대자 화약냄새가 함교에 진동했다.
이어 K6 기관총이 굉음과 함께 거친 물결을 강타했다. 3·26 기관총으로도 불리는 K6 기관총은 천안함 전사자인 고(故) 민평기 상사의 모친인 윤청자 여사가 기탁한 성금으로 2함대 소속 초계함에 장착됐다.
이날 훈련의 초점은 북한의 해상 침투에 대한 대응이었다.
북한은 그동안 서해 NLL을 무력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해상도발을 감행했다. 1990년 이후 최근까지 530여회의 도발 중 해상에서만 410여회(77%)의 도발을 했다.
특히 70여척의 잠수함을 보유하는 북한은 매년 잠수함을 1∼2척 건조하며 비대칭전력의 핵심으로 잠수함 전력을 지속 증강하고 있다.
이에 해군은 천안함 폭침 이후 대잠전력을 보강하고 교육훈련을 강화했다.
또 적 잠수함의 어뢰공격에 대한 대응능력을 높이기 위해 2함대에 있는 초계함 이상 모든 함정에 어뢰음향대항체계(TACM)를 장착했다.
TACM은 잠수함 소음과 고래 소리 등 수중의 온갖 잡음이 섞인 소리를 탐지해 이 중에서 적 잠수함 소리를 식별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해군은 이런 전력보강에도 불구하고 대잠작전이 쉽지 않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잠수함을 탐지하는데 이용하는 음파는 물속에서 굴절되거나 소실돼 잠수함을 100% 탐지하기 어렵다. 한반도 주변해역은 한류와 난류가 만나 음영구역이 많이 생기는데다가 통항 선박과 수중 생물 등의 소음으로 잠수함 탐지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해군본부 전력처장 윤정상 준장(해사 38기)은 "노후 음파 탐지기 부품 교체, 대잠항공기 성능 개량, 어뢰음향 대항장비 보강 등의 후속조치를 했다"면서도 "적 잠수함을 탐지하고 공격하기 위한 전력보강은 미미한 만큼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 준장은 "수상함, 잠수함, 항공기로 구성된 적정 수의 입체 전력을 기반으로 잠수함을 '탐지-식별-공격'하는 통합 대잠전 수행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특히 함정과 항공기 전력의 증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