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청라푸르지오 아파트 부실시공 의혹(경인일보 3월 22일자 21면 보도)이 사실로 확인됐다.
25일 오후 청라푸르지오 아파트 시공사인 대우건설은 '아파트 중간층의 내진 구조물에 철근이 절반만 시공됐다'는 입주자의 의혹제기에 따라 해당 부위의 콘크리트를 제거하고 철근 개수를 공개했다.
이날 입주민과 경인일보 취재진이 콘크리트 절개부위를 확인한 결과, 설계상 16가닥의 철근이 있어야 하는 지점에 8가닥만 시공된 것으로 드러났다. 설계보다 절반이나 부족한 것이다.
대우건설은 이날 입주자 대표단에게만 부실시공 부위를 잠시 공개한 뒤 취재진의 아파트 진입을 저지했다.
그러나 부실시공 소식을 듣고 찾아온 입주자들의 거센 항의에 부실시공 지점을 입주자와 언론에 공개했다.
부실시공이 드러난 곳은 58층의 고층 아파트가 지진이나 바람, 중력으로 인해 뒤틀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구조물이다. 벽과 벽을 연결해 주는 보 역할의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인데, 아파트 1층과 2층 사이, 아파트 중간층(기계실)에 각각 6곳이 있다. 이 아파트는 총 4개 동이다.
청라푸르지오 아파트의 부실시공 논란은 지난해 9월 대우건설의 철근하청업체 직원이 입주자에게 제보하면서 처음 불거졌다. 하지만 제보자가 철근업체의 회유를 못 이겨 '제보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는 각서를 쓰고 잠적, 사건이 미궁에 빠지는 듯했다.
이에 입주자들이 제보자를 끈질기게 설득해 제보자가 진술을 다시 번복했고, 입주를 불과 3일 앞둔 이날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중재로 부실시공 부위를 확인하게 된 것이다. 이 아파트의 입주예정일은 오는 28일이다.
입주자들은 크게 분노하고 있다. 계약을 해지하거나 아파트의 구조안전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입주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이다. 전체 4개 동의 동일 구조물에 대한 전수조사도 시공사에 요청하기로 해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입주자협의회 김상일 시설위원장은 "대형건설사가 시공한 아파트가 부실시공됐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며 "주민들의 안전과 직결된 구조물이기 때문에 전체 아파트의 동일지점이 어떻게 시공됐는지도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우건설 관계자는 "(부실시공) 원인과 과정에 대해 검토 후 해당부위를 보강해 주민들이 안전하게 입주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이라며 "입주자들의 불편이 없도록 최대한 빨리 서두르겠다"고 했다.
한편, 사용검사승인 관청인 인천경제청은 전문가 진단을 받아 아파트 사용승인을 내줄지 말지를 결정할 계획이다. 또 시공사와 감리업체를 건축법 및 주택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다.
/김민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