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층이 가장인 가계는 어느 시점부터 소비가 줄어든다. 자녀의 독립으로 지갑을 열 일이 적어지는데다 은퇴를 준비하기 때문이다.

돈 씀씀이가 줄어드는 시점은 계층별로 확연하게 다르다.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약 8년 일찍 시작된다. 연소득이 감소하는 연령이 고소득층보다 이른데다 미래 불안감도 다른 계층보다 큰 탓이다.

26일 한국은행의 '구조적 소비제약 요인 및 정책과제'란 보고서를 보면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가구주 나이의 전환점은 전체 가구에서 52.8세다.

가구주 연령이 52.8세를 넘어가면 그때부터 가계가 긴축에 들어가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의미다.

이 나이는 고소득층(소득 상위 0~30%)에선 52.8세, 중소득층(소득 상위 30~70%)에선 52.2세로 전체 가구와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저소득층(소득 상위 70~100%)은 44.7세로 고소득층보다 8.1년이나 이르다.

저소득층 벌이가 다른 계층보다 훨씬 이른 나이에 감소한 탓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 1분위(하위 20%)의 연소득은 가구주 연령이 30~39세인 가구에서 937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그러나 40~49세 가구에선 930만원으로 떨어지다가 50~59세 가구에선 863만원, 60세 이상 가구에선 699만원으로 하락했다.

2분위~4분위(하위 20~80%)가 40~49세에, 5분위(하위 80~100%, 즉 상위 20%)가 50~59세에 벌이의 정점을 찍은 것에 견줘 10~20년 일찍 소득 감소를 겪는 것이다.

보건사회연구원 윤석명 연구위원은 "최근 일자리에서 밀려나는 '사실상의 정년' 시점이 45세 정도까지 내려왔다"며 "저소득층의 소득·소비가 40대부터 줄어드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후 대비 불안감에 저소득층의 소비가 위축된다는 설명도 있다.

한은 조사국 나승호 차장은 "저소득층은 현재 벌이가 많지 않고 예상 소득도 불확실하다"며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더 젊은 나이부터 소비를 줄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노후는 막막하지만 그나마 적은 소득마저 줄어드니 저축·연금 등 실제 준비는 언감생심이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소득 1분위의 저축률은 외환위기가 닥친 1998년 마이너스로 전환하고서 2000~2010년 평균 -19.7%를 기록했다. 소득 5분위는 같은 기간 평균 34.7% 늘었다.

보건사회연구원이 2011년 3천 가구를 조사한 결과 개인연금 가입률은 5분위가 52.8%였지만 1분위는 12.5%에 그쳤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평균 노후준비 부담금액도 5분위 월 49만1천원, 1분위 5만4천원으로 9배 이상 차이 났다.

윤 연구위원은 "근로 기간의 양극화가 노후에도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저소득 근로자 대상의 사회보험료 지원사업(두루누리 사회보험)을 활성화하는 등 조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