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상 모든점검서 '합격'
감리자 의도적 묵인 의혹
사라진 자재 행방도 몰라


인천 청라푸르지오 아파트의 내진 구조물 부실시공(경인일보 3월26일자 1면 보도)은 시공사와 감리자가 공동으로 만들어낸 합작품이라는 지적이다. ┃관련기사 3면

26일 경인일보가 입수한 청라푸르지오 아파트 검측확인서를 보면 철근 50% 미시공이 확인된 3동 24층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조차도 도면대로 시공된 것으로 나와 있다. 시공사는 콘크리트를 타설하기 전 감리자로부터 철근배근 상태에 대한 검측확인서를 받아야 한다.

관련 세부 체크리스트는 '도면'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감리자는 11가지의 체크리스트 항목을 모두 '합격'처리했지만, 지난 25일 점검결과 3동 24층 내진 구조물 '벨트월'의 철근은 설계의 50%가 누락된 것으로 확인됐다. 도면에 대입해 보면 64가닥 중 32가닥이 누락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감리자가 정밀검사 없이 검측확인서를 작성했거나 철근 미시공을 확인하고도 이를 묵인한 셈이다. 이 때문에 부실이 드러난 구조물 외에도 서류상으로는 철근 배근이 완벽한 다른 지점도 제대로 시공됐는지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경인일보는 이날 총괄감리원의 해명을 듣기위해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시공사는 미시공된 철근의 행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부실이 확인된 지점의 철근이 설계대로 반입된 기록은 있지만, 남은 철근이 반출된 기록은 없는 것을 확인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시공사인 대우건설과 감리자인 진광건설엔지니어링을 건축법 등의 위반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또 아파트 전체 4개동에 대한 구조안전진단 및 동일 구조물에 대한 파쇄검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에 대우건설 관계자는 "누락된 철근은 전체로 보면 극히 일부분이라 다른 철근과 묶어서 반출하다보니 정확히 어디로 갔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며 "건물 전체 철근 중 50%가 누락된 게 아니라 1개층에 사용된 전체 철근의 0.2%만 누락된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부실시공 사태를 계기로 허술한 감리제도 자체를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축구조 전문가인 인천대 양성환 교수는 "건설은 시공, 구조, 설비분야가 있는데 관련법상 구조전문가는 반드시 감리에 참여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며 "이번 부실이 확인된 내진 구조물도 구조전문가만이 이해할 수 있는 곳인데, 구조전문가가 동행할 의무가 없다보니 언제든 이같은 사태가 발생하지말란 법이 없다"고 했다.

한편, 이번 청라푸르지오 아파트 부실시공과 관련 경찰도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입주자들은 인천경제청의 고발조치와 별도로 지난 11일 "철근 미시공 정황이 있다"며 시공사와 감리자를 부평경찰서에 고발했다. 경찰은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 만큼 법률검토를 통해 수사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김민재·김주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