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신종 조류 인플루엔자(AI) 감염 환자가 잇따라 나오면서 대규모 사망으로 이어졌던 사스(SARS: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사태 재연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생육(가족계획)위원회는 상하이(上海)시와 안후이(安徽)성에서 H7N9형 AI 감염자가 3명 발생, 2명이 숨지고 1명이 위중한 상태라고 지난달 31일 공식 발표한데 이어 2일 장쑤(江蘇)성은 4명의 의심 환자가 확진 판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견된 AI 바이러스는 H7N9형으로 사람이 감염돼 사망에까지 이른 것은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는 일이다.
H7N9형 AI는 칠면조를 비롯한 조류에서만 발견돼 왔다. 그동안에도 AI 바이러스 감염으로 사람이 사망한 사례가 있었지만 이번과는 달리 주로 H5N1형이었다.
중국 보건당국은 아직 신종 AI 바이러스의 감염 경로를 정확히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전례가 없었던 만큼 예방 백신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중화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신종 AI 바이러스가 이미 광범위하게 확산했을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쑤이런(蘇益仁) 대만 국가위생연구원 전염병연구소 소장은 "중국 당국이 발표한 감염 사례가 모두 위중하고 서로 가족 관계나 업무상 연관성이 없다는 점이 특징"이라면서 "이는 해당 바이러스가 주변 지역에 이미 퍼졌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확인된 사례들이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게다가 이번 신종 AI 사태가 최근 상하이 황푸(黃浦)강에서 1만여 마리의 돼지 사체가 발견됐던 사건과 관계가 있는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상하이시 당국은 이번 바이러스의 근원 자체가 아직 불명확한 상황이고 바이러스가 돼지로부터 왔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당국이 돼지 사체 사태와 이번 신종 AI 감염이 무관함을 강조하고 있지만 '불명확' 수준을 넘어선 해명이 나오지 않고 있는데 대해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히 일고 있다.
당국이 이번 신종 AI 감염 환자 2명이 사망한 지 20일가량이 지나서야 공식 발표를 한 점도 불신을 키우고 있다.
심지어 일부 중국인들은 2002∼2003년 엄습해 수많은 인명을 앗아갔던 사스의 악몽을 떠올리면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 'Amingo2010'라는 필명을 쓰는 누리꾼은 "10년 전에서 사스가 사람을 잡았는데 2013년 봄에는 H7N9가 횡행하고 있다"며 "권위있는 전문가들의 설명을 듣고 싶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사스의 첫 발생지로 알려진 중국에서는 당시 5천여 명이 감염돼 34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중국 보건당국은 신종 AI 감염자 발생 사실을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하고 이들이 접촉했던 사람들에 대한 관찰과 추가 감염을 막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종 H7N9형 AI 바이러스의 근원지에 대해서도 추적 중이다.
아울러 개인 위생과 영양 상태를 양호하게 관리하고 병들거나 죽은 가축 또는 가금류와 접촉하는 것을 삼갈 것을 국민에게 당부했다.
감염 환자가 발생한 상하이와 장쑤성, 안후이성 등은 물론 인근 지역 지방정부에서도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한 긴급 대책에 나섰다.
베이징(北京), 광둥(廣東), 충칭(重慶) 등 대도시를 비롯한 지방정부들도 아직까지 신종 H7N9 바이러스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주민을 안심시키는 동시에 의심스런 환자에 대한 신속한 대처방안을 마련하는 등 감염 예방에 힘을 쏟고 있다. /상하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