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으로 치닫는 남북관계 경색 국면이 서해 5도에 또 한 번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2010년 연평도 포격 이후 정부와 인천시가 서해 5도의 관광 활성화와 주민 교통환경 개선 차원에서 도입한 2천71t급 대형 여객선인 하모니 플라워호가 운항 중단을 고려할 정도로 승객이 급감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백령도 등지의 관광활성화를 위해 날씨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는 전천후 여객선이 바로 하모니 플라워호다. 지난해 7월 하모니 플라워호가 취항하면서 백령도를 오가는 여행객이나 주민들에게는 일종의 안정성이 확보되었다. 한 번 들어가면 언제 나올 수 있을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보니 쉽사리 백령도 여행일정을 잡을 수 없었던 불편이 사라진 것이다. 그러면서 관광객도 크게 늘었다.

서해 5도 관광이 활성화하는 듯하더니 북한의 계속된 도발 위협으로 인해 관광객 수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 하모니 플라워호 예약 취소자가 무려 4천900여명에 달한다고 한다. 북한 당국이 지난 3월 5일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언하고, 3월 29일 전략미사일 사격대기 명령이 떨어지고, 그 이튿날 전시상황 돌입을 선언하는 등 극단적 조치들이 연이어 나오면서부터다. 남북 화해의 상징처럼 인식되어 온 개성공단 문제에 온 나라가 신경을 곤두세우는 사이에 서해 5도가 남북 관계 경색에 따른 직접적 피해지역이 된 것이다.

하모니 플라워호 측은 최근에 인천시에 하루에 2천400만원씩 들어가는 기름값조차 마련할 수 없는 지경이라면서 이 상황이 계속된다면 도저히 운항할 수 없다고 통보해 왔다. 하모니 플라워호는 서해 5도 주민들에게는 희망을 실어나르는 전령사였다. 하모니 플라워호는 남북 관계와 관련, 개성공단과 마찬가지 의미로 매우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첫 삽을 뜬 지 꼭 10년 만에 폐쇄 위기를 맞고 있는 개성공단처럼, 남북 관계 경색이 서해 5도와 육지를 안정적으로 연결시켜 온 하모니 플라워호의 운항마저 막아서고 있다. 날씨도 못 막는 하모니 플라워호를 남북 긴장이 막고 나선 것이다.

북한은 더 이상 우리 국민의 안전을 담보로 한 위협을 가해서는 안 된다. 우리 정부도 경색관계를 풀기 위한 외교적 노력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강공에 강공으로 맞서는 식의 맞대응 카드로는 현재의 위기국면을 타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