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의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둘러싼 갈등을 계기로 전국 지방의료원들의 현주소와 문제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전국 34개 지방의료원 경영 현황을 들여다보면 한결같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민간병원이 수익성을 이유로 포기한 '돈 안 되는' 서비스를 담당하다 보니 적자를 감수해야 하고 '적정·양심진료'를 하다보니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보건의료노조와 공공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쪽의 주장이다.
반면에 경남도 등 일각에서는 경영부실, 관리감독 부실도 있지만 강성노조가 자기 잇속만 챙겨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며 아예 문을 닫겠다고 극단의 선택을 하거나 그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공의료의 큰 몫을 차지한 지방의료원들이 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 대부분 적자에 '허덕'…수익 대비 인건비 80% 초과 수두룩
복지부가 발표한 지방의료원 34곳의 경영현황을 보면 흑자를 낸 의료원은 2011년에 7곳, 2010년에 6곳에 불과했다.
2011년에는 청주, 충주, 서산, 포항, 김천, 울진, 제주 등이 흑자를 기록했다. 2010년엔 청주, 충주, 서산, 안동, 김천, 울진 등이 흑자를 기록했다.
나머지는 대부분 수십억원 규모의 적자를 냈다. 의료수익만 따져서 흑자를 기록한 곳은 김천 한 곳뿐이다.
김천을 제외한 흑자 의료원들은 영안실 등 의료외 수입으로 겨우 적자를 면했다. 그나마 흑자를 보인 의료원 가운데 일부는 지난해 시설 투자 등 지출이 늘어 적자로 돌아섰다.
2011년 의료 수익 적자 규모는 진주의료원 75억원, 서울 358억원, 부산 118억원, 인천 93억원 등이다. 누적적자는 수십억에서 수백억원씩에 이른다.
전국 지방의료원의 의료수익 대비 인건비 비율은 평균 69.8%. 특히 제주는 101.6%나 되고 서울(82.8%), 강릉(95.1%), 속초(86.0%), 영월(82.3%), 강진(80.2%), 울진 (83.3%) 등은 80%를 넘는다. 국가와 지방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시설개선이나 장비도입 등 투자는 엄두도 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 폐업·특화병원 전환 요구 직면…누구 탓?
진주의료원은 매년 40억∼60억원의 손실로 현재 279억원 부채를 안고 있다. 경남도는 지난 2월 회생 가능성이 없고 그냥 두면 3~5년 안에 자본금을 잠식하고 파산으로 갈 수밖에 없는데도 강성 노조 때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며 폐업이란 극약처방을 내렸다.
강원도가 운영하는 원주·강릉·속초·삼척·영월 5개 의료원 가운데 일부도 심각한 경영난으로 청산 요구에 직면했다. 5곳의 적자는 800억원이 넘는다. 2010년부터 3년간 국·도비 등 모두 268억8천600만원을 지원받고도 체불임금이 793억원에 이르는 등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없다. 이 때문에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을 상실한 일부 의료원을 특성화 병원으로 전환하거나 매각 등 청산해야 한다는 주장이 도의회에서 제기되고 있다.
강원도는 일단 투자를 통해 성과를 내는 등 경영개선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방의료원들이 이런 처지에 처한 것은 공공성을 우선하기 때문에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가 가장 큰 이유이지만 안일하고 방만한 운영, 직원들의 도덕 해이, 심각한 노사갈등, 해당 지자체의 관리감독 소홀 등도 적지 않은 몫을 차지하고 있다.
진주의료원의 경우 도와 의회에서 40여 차례나 경영개선을 요구했는데도 노조가 이를 거부했고 감사결과 각종 비리와 도덕 해이가 드러났다고 경남도는 주장했다.
반면에 노조는 무능한 공무원과 의료원장 파견과 선임, 우수 의사수급 실패, 의사 집단 사직 등 관리운영 실패 책임을 오히려 노조에 뒤집어 씌운다고 반박했다.
충남 천안의료원은 운영자금 차입 절차 부적정, 감염병 환자 신고 소홀, 의료장비 취득·처분 및 물품관리 업무 소홀 등 총체적 부실을 드러낸 경우다.
2011년부터 2년간 충남도지사의 승인을 받지 않고 4회에 걸쳐 7억 5천만원을 은행에서 부적정하게 차입했고 2011년 7월에는 개인에게서 1억5천만원을 빌리면서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도 않았다. 이사회 의결 없이 41억여원 상당의 의료비품을 원장 결재만으로 구입했다.
이곳은 직원 129명의 임금 23억원을 체불한 상태다. 450억원의 국·도비를 투입해 206병상 규모로 지난 2011년 신축 이전했지만 경영난은 오히려 심화하고 있다.
◇ 흑자 의료원에 답 있다?…"자구노력 한계, 국가지원 확대해야"
경북 김천의료원은 전국 의료원 가운데 경영성과가 가장 좋은 곳으로 꼽힌다. 보건복지부의 지역거점 공공병원 운영평가에서 2011년과 201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이 병원은 1983년 경북도 산하의 지방공사로 전환한 이후 2008년까지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누적적자만 224억원에 달했고 직원 임금 17억원이 체불됐다.
이 의료원이 달라진 것은 2009년 6월 치과의사 출신이자 경북도 정무부지사를 지낸 김영일 원장이 취임하면서부터다.
그는 월급 50%를 반납했고 오전 4∼5시께 출근하고 밤 늦게까지 남아 당직자를 격려하는 등 분위기 전환에 힘썼다. 인위적 구조조정 대신 유능한 의사를 영입하는 등 공격 경영을 선택했다. 병원 신축, 리모델링, 의료장비 확충, 친절 서비스 도입 등도 진행했다.
전시행정이라고 비웃던 직원들도 차츰 마음을 열기 시작해 180여명 가운데 50여명이 회생에 동참하겠다며 급여의 5∼15%를 1년간 반납했다.
평일 근무시간 30분 연장, 토요 근무 도입, 공휴일 건강검진 등 공공병원으로서는 하기 힘든 정책도 직원들의 동의를 얻어 도입했다.
120여명이던 노조원은 상당수 자진 탈퇴해 현재 8명으로 줄었다. 환자수는 2008년 18만6천여명에서 2012년 33만1천여명으로 늘었다.
2008년 25억7천800만원이던 적자가 2009년 6억5천100만원으로 줄더니 2010년엔 6억3천900만원의 흑자로 돌아섰다. 2011년에는 흑자가 10억4천800만원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장례식장 철거로 인한 손실과 안전사고 배상금 지급 등으로 적자를 냈으나 의료수익만 따지면 흑자였다.
그러나 보건의료노조는 성과와 임금을 연동하는 등 민간병원처럼 수익창출 구조로 간데다 무급토요근무 등 '공짜 노동'으로 만들어낸 억지 흑자라고 지적했다.
청주의료원은 2006년부터 2011년까지 6년 연속 1억∼4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이 곳도 예전엔 적자에 허덕였으나 직원들에게 서비스 교육을 하는 등 경영개선 노력 끝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는 정신병동 확장 등 시설현대화 사업 때문에 5억800만원의 적자를 냈다.
충주의료원도 1999년부터 2011년까지 13년간 매년 수억원대 흑자를 냈다. 2000년 검진사업, 2008년 심장내과 유치, 2009년 정형외과 관절수술 시행 등 특성화 사업을 잇따라 추진하는 등 지역민들을 위한 서비스를 강화한 덕이다.
제주의료원도 2011년에 흑자를 기록했으나 속을 들여다 보면 사실상 적자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주도가 의료원 부채 탕감 등을 위해 2011년 일시에 40억원을 투입했기 때문에 흑자를 냈다는 것이다.
날로 치열해지는 의료시장 경쟁에서 지방의료원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선 자체 개선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지방의료원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국가와 지방정부의 지원이 필수라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가 전국의 지방의료원에 지원하는 돈은 연간 400억원가량에 불과하다. 34개 지방의료원 한곳에 10억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사실상 공공의료 부담을 지방정부에 떠넘기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전국 시·도지사 대부분이 국가의 지원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34개 지방의료원 경영 현황을 들여다보면 한결같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민간병원이 수익성을 이유로 포기한 '돈 안 되는' 서비스를 담당하다 보니 적자를 감수해야 하고 '적정·양심진료'를 하다보니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보건의료노조와 공공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쪽의 주장이다.
반면에 경남도 등 일각에서는 경영부실, 관리감독 부실도 있지만 강성노조가 자기 잇속만 챙겨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며 아예 문을 닫겠다고 극단의 선택을 하거나 그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공의료의 큰 몫을 차지한 지방의료원들이 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 대부분 적자에 '허덕'…수익 대비 인건비 80% 초과 수두룩
복지부가 발표한 지방의료원 34곳의 경영현황을 보면 흑자를 낸 의료원은 2011년에 7곳, 2010년에 6곳에 불과했다.
2011년에는 청주, 충주, 서산, 포항, 김천, 울진, 제주 등이 흑자를 기록했다. 2010년엔 청주, 충주, 서산, 안동, 김천, 울진 등이 흑자를 기록했다.
나머지는 대부분 수십억원 규모의 적자를 냈다. 의료수익만 따져서 흑자를 기록한 곳은 김천 한 곳뿐이다.
김천을 제외한 흑자 의료원들은 영안실 등 의료외 수입으로 겨우 적자를 면했다. 그나마 흑자를 보인 의료원 가운데 일부는 지난해 시설 투자 등 지출이 늘어 적자로 돌아섰다.
2011년 의료 수익 적자 규모는 진주의료원 75억원, 서울 358억원, 부산 118억원, 인천 93억원 등이다. 누적적자는 수십억에서 수백억원씩에 이른다.
전국 지방의료원의 의료수익 대비 인건비 비율은 평균 69.8%. 특히 제주는 101.6%나 되고 서울(82.8%), 강릉(95.1%), 속초(86.0%), 영월(82.3%), 강진(80.2%), 울진 (83.3%) 등은 80%를 넘는다. 국가와 지방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시설개선이나 장비도입 등 투자는 엄두도 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 폐업·특화병원 전환 요구 직면…누구 탓?
진주의료원은 매년 40억∼60억원의 손실로 현재 279억원 부채를 안고 있다. 경남도는 지난 2월 회생 가능성이 없고 그냥 두면 3~5년 안에 자본금을 잠식하고 파산으로 갈 수밖에 없는데도 강성 노조 때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며 폐업이란 극약처방을 내렸다.
강원도가 운영하는 원주·강릉·속초·삼척·영월 5개 의료원 가운데 일부도 심각한 경영난으로 청산 요구에 직면했다. 5곳의 적자는 800억원이 넘는다. 2010년부터 3년간 국·도비 등 모두 268억8천600만원을 지원받고도 체불임금이 793억원에 이르는 등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없다. 이 때문에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을 상실한 일부 의료원을 특성화 병원으로 전환하거나 매각 등 청산해야 한다는 주장이 도의회에서 제기되고 있다.
강원도는 일단 투자를 통해 성과를 내는 등 경영개선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방의료원들이 이런 처지에 처한 것은 공공성을 우선하기 때문에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가 가장 큰 이유이지만 안일하고 방만한 운영, 직원들의 도덕 해이, 심각한 노사갈등, 해당 지자체의 관리감독 소홀 등도 적지 않은 몫을 차지하고 있다.
진주의료원의 경우 도와 의회에서 40여 차례나 경영개선을 요구했는데도 노조가 이를 거부했고 감사결과 각종 비리와 도덕 해이가 드러났다고 경남도는 주장했다.
반면에 노조는 무능한 공무원과 의료원장 파견과 선임, 우수 의사수급 실패, 의사 집단 사직 등 관리운영 실패 책임을 오히려 노조에 뒤집어 씌운다고 반박했다.
충남 천안의료원은 운영자금 차입 절차 부적정, 감염병 환자 신고 소홀, 의료장비 취득·처분 및 물품관리 업무 소홀 등 총체적 부실을 드러낸 경우다.
2011년부터 2년간 충남도지사의 승인을 받지 않고 4회에 걸쳐 7억 5천만원을 은행에서 부적정하게 차입했고 2011년 7월에는 개인에게서 1억5천만원을 빌리면서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도 않았다. 이사회 의결 없이 41억여원 상당의 의료비품을 원장 결재만으로 구입했다.
이곳은 직원 129명의 임금 23억원을 체불한 상태다. 450억원의 국·도비를 투입해 206병상 규모로 지난 2011년 신축 이전했지만 경영난은 오히려 심화하고 있다.
◇ 흑자 의료원에 답 있다?…"자구노력 한계, 국가지원 확대해야"
경북 김천의료원은 전국 의료원 가운데 경영성과가 가장 좋은 곳으로 꼽힌다. 보건복지부의 지역거점 공공병원 운영평가에서 2011년과 201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이 병원은 1983년 경북도 산하의 지방공사로 전환한 이후 2008년까지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누적적자만 224억원에 달했고 직원 임금 17억원이 체불됐다.
이 의료원이 달라진 것은 2009년 6월 치과의사 출신이자 경북도 정무부지사를 지낸 김영일 원장이 취임하면서부터다.
그는 월급 50%를 반납했고 오전 4∼5시께 출근하고 밤 늦게까지 남아 당직자를 격려하는 등 분위기 전환에 힘썼다. 인위적 구조조정 대신 유능한 의사를 영입하는 등 공격 경영을 선택했다. 병원 신축, 리모델링, 의료장비 확충, 친절 서비스 도입 등도 진행했다.
전시행정이라고 비웃던 직원들도 차츰 마음을 열기 시작해 180여명 가운데 50여명이 회생에 동참하겠다며 급여의 5∼15%를 1년간 반납했다.
평일 근무시간 30분 연장, 토요 근무 도입, 공휴일 건강검진 등 공공병원으로서는 하기 힘든 정책도 직원들의 동의를 얻어 도입했다.
120여명이던 노조원은 상당수 자진 탈퇴해 현재 8명으로 줄었다. 환자수는 2008년 18만6천여명에서 2012년 33만1천여명으로 늘었다.
2008년 25억7천800만원이던 적자가 2009년 6억5천100만원으로 줄더니 2010년엔 6억3천900만원의 흑자로 돌아섰다. 2011년에는 흑자가 10억4천800만원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장례식장 철거로 인한 손실과 안전사고 배상금 지급 등으로 적자를 냈으나 의료수익만 따지면 흑자였다.
그러나 보건의료노조는 성과와 임금을 연동하는 등 민간병원처럼 수익창출 구조로 간데다 무급토요근무 등 '공짜 노동'으로 만들어낸 억지 흑자라고 지적했다.
청주의료원은 2006년부터 2011년까지 6년 연속 1억∼4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이 곳도 예전엔 적자에 허덕였으나 직원들에게 서비스 교육을 하는 등 경영개선 노력 끝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는 정신병동 확장 등 시설현대화 사업 때문에 5억800만원의 적자를 냈다.
충주의료원도 1999년부터 2011년까지 13년간 매년 수억원대 흑자를 냈다. 2000년 검진사업, 2008년 심장내과 유치, 2009년 정형외과 관절수술 시행 등 특성화 사업을 잇따라 추진하는 등 지역민들을 위한 서비스를 강화한 덕이다.
제주의료원도 2011년에 흑자를 기록했으나 속을 들여다 보면 사실상 적자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주도가 의료원 부채 탕감 등을 위해 2011년 일시에 40억원을 투입했기 때문에 흑자를 냈다는 것이다.
날로 치열해지는 의료시장 경쟁에서 지방의료원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선 자체 개선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지방의료원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국가와 지방정부의 지원이 필수라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가 전국의 지방의료원에 지원하는 돈은 연간 400억원가량에 불과하다. 34개 지방의료원 한곳에 10억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사실상 공공의료 부담을 지방정부에 떠넘기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전국 시·도지사 대부분이 국가의 지원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