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한 4·1 부동산대책이 오히려 서민의 내집 마련을 어렵게 하는 부작용을 낳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부양가족이 많은 공공분양주택 수요자, 기존 민영주택 청약가점제 1순위 대상자, 내집을 처음 마련하려는 맞벌이 부부 등에게는 이번 대책이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 다주택자에게는 볕들고 서민은 그늘져

가장 큰 피해자는 입지 좋고 저렴한 공공주택을 분양받아 내집을 마련하려 한 수요자들이다.

정부는 주택시장 수급 조절을 위해 공공분양주택 물량을 연 7만가구에서 2만가구 이하로 축소할 예정이다. 당장 올해 보금자리 청약 물량은 1만6천가구에서 8천가구로 반토막이 났다.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으로만 공급하고 소득·자산기준을 강화해 민간주택과 차별화하기로 했다.

이는 부양가족이 많은 저소득층에게는 역차별이 될 수 있다.

리얼투데이 양지영 팀장은 "학생 자녀를 둔 부모는 1∼2인 가구와 달리 쉽게 거처를 옮길 수 없어 내집 마련이 절박한데 아이 하나만 있어도 전용 60㎡는 좁아서 자연히 공공분양주택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가족 수가 많은 사람이 민영주택 청약에서 큰 집을 차지하는 것도 어려워졌다.

전용 85㎡ 초과 중대형주택에 대해 청약가점제를 폐지해 앞으로는 무주택기간이 길고 부양가족 수가 많아도 1순위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전용 85㎡ 이하는 청약가점제 적용 대상을 전체 물량의 75%에서 40%로 축소했고 집 있는 사람에게도 1순위를 주기로 해 무주택자의 당첨 가능성은 더 내려갔다.

대출을 끼고 중대형 주택을 샀다가 빚더미에 올라앉은 하우스푸어들이 집 팔기가 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출받아 산 전용면적 118㎡의 아파트를 팔지 못하고 있는 회사원 강모(38)씨는 "집값은 내리고 집은 팔리지 않아 매월 원리금만 250만원씩 갚는데 전용 85㎡·9억원 이하 기존 주택 구입자에게 양도세 면제 혜택까지 주면 가뜩이나 안 팔리는 큰 집은 더 희망이 없다"고 걱정했다.

국민은행 WM사업부의 박원갑 부동산전문위원은 "중대형 공급 과잉과 거래 마비를 풀지 못하면 대책 효과는 반쪽에 그칠 것"이라면서 "불을 때도 원래 따뜻했던 아랫목(중소형)만 뜨거워지고 윗목(중대형)으로 못 올라가는 격"이라고 말했다.

◇ 다주택자 집 사게 해 전월세난 해소?…실효성 의문

양도세 감면과 청약 1순위 부여 등으로 다주택자의 주택 구매를 유도하는 것은 거래를 정상화하고 전월세난을 해소하기 위한 포석이지만 민간임대주택을 '준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준공공임대주택의 재산세 감면 효과를 분석한 결과 공시가 4억5천만원인 전용 85㎡의 경우 연간 94만5천원의 재산세를 내야 하는데 준공공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23만6천원을 감면받을 수 있다. 2년이면 감면액이 47만2천이다.

그러나 통계청 등의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작년 평균 전세금이 2년만에 1천778만원 오른 9천274만원인 점을 적용해 단순 계산하면 전세금 인상분을 은행에 넣고 연 3% 금리를 받을 경우 2년간 106여만원의 이자 수입이 생긴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준공공임대주택 등록으로 재산세를 감면받는 것 보다는 시세에 따라 임대료를 올리는 쪽이 더 이익인 셈이다.

장경석 국회 입법조사관은 "이번 대책으로 무주택자를 우선 고려하는 '1가구 1주택' 정책이 분기점을 맞았지만 다주택자의 준공공임대 동참 가능성이 낮고 무주택자의 내집 마련 기회를 침해할 수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 맞벌이·오피스텔 "우린 해당사항이 없네"

4·1대책의 혜택에서 소외되는 간접 피해층도 있다.

30대 취업자의 평균 개인 소득이 연간 3천52만원(2011년 기준)인 점을 감안하면 30대 맞벌이 부부가 평균 수준의 소득만 올린다고 해도 부부 합산 6천만원을 넘겨 생애최초주택구입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맞벌이 주부 신모(34·여)씨는 "외벌이로 6천만원 벌면 혜택을 받고 맞벌이로 각각 3천만원, 3천100만원씩 벌면 못 받는 건 불공평하다"면서 "여성 경제활동에 대한 역차별 아니냐"고 말했다.

소득 제한으로 실제 집을 사고 빚을 갚을 능력이 되는 수요자가 혜택에서 배제될 수 있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의 한 관계자는 "주택기금이 집을 담보로 빌려주는 돈은 최대 2억원까지고, 기금에서 이미 근저당을 설정한 집은 은행권 대출을 받기 어려워 나머지는 자기 자본으로 충당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오피스텔이 건축법상 업무시설이라는 이유로 용도와 관계없이 생애최초 취득세 면제 대상에서 빠진 것도 임대사업자와의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MB정부가 2011년 8·18 전월세 대책에서 주거용 오피스텔을 임대주택으로 등록할 수 있게 하고 임대주택 수준의 세제 혜택을 주기로 하는 등 공급을 독려한 결과 올해 전국에서 입주를 앞둔 오피스텔 물량은 작년에 비해 135% 증가한 3만742실에 달한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전월세난을 해결하겠다고 오피스텔 임대사업자에게 대출·세제 혜택을 주면서 똑같은 집에 들어가 살겠다는 실수요자에게 아무 혜택이 없는 것은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