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경주시 안강읍의 산대저수지 둑이 붕괴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했다. 총저수량 27만여 t의 저수지 둑은 길이 210m, 높이 12m인데 중간 부분이 무너진 것이다. 인명피해는 없으나 주택 30채, 상가 30채를 비롯해 농경지 5만2천800여㎡가 침수됐다. 높은 저수율에 기인한 흙의 유실이 결정적 요인이었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수문 주변이 붕괴직전 저수율 99%의 수압을 견디지 못했던 것이다. 임박한 농번기에 대비, 저수량을 최대로 확보한 때문이다. 봄철 갈수기여서 다행이지 한여름 호우 때였다면 어떠했겠나. 생각만 해도 모골이 송연하다.

주목되는 것은 이 사고가 안전불감증이 빚은 인재란 점이다. 산대저수지는 1964년에 축조된 것으로 내년이면 내구연한이 다되는 노후시설로 정밀검사 내지 점검횟수 확대가 절실한 터였다. 그럼에도 매년 분기별로 1번씩 직원들이 별다른 장비도 없이 육안으로 정기점검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또한 이 저수지는 지난해 12월에 정밀안전 진단 대상으로 지정되었다. 둑의 사석 및 석축, 성토 상태, 콘크리트 물넘이, 수로 등을 종합평가해서 A~E등급을 매기는데 제방 침하 및 누수로 인한 붕괴 우려가 있다는 D등급 판정을 받은 것이다.
위험이 파악된 경우 시설의 운영을 중지하고 보수작업을 서두르는 것이 토건업계의 일반적인 관행이다. 그럼에도 농어촌공사는 예산부족타령만 늘어놓을 뿐 아직까지 시설정비계획조차 확정하지 않았었다. 오히려 종합평가 결과를 숨기기까지 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며칠 전부터 "저수지 둑에서 물이 샌다"는 주민들의 신고를 받고도 수위조절 등 적절한 대처를 하지 않았다. 더 이상의 피해가 없었다는 것에 만족해야할 상황이다. 공사측의 안전불감증이 도를 넘어섰다는 판단이다.

산대저수지 사고는 시작에 불과하다. 농어촌공사가 소유, 관리중인 저수지는 총 3천372곳이나 내구연한 50년을 경과한 곳만 2천235곳이다. 그러나 이 정도는 약과이다. 전국 저수지 1만5천 곳 중 주의가 요구되는 30년 이상의 것이 절반가량인 탓이다. 관리주체 없이 방치된 곳도 상당해 해당 저수지 인근의 주민들은 당장 올 여름 나기가 걱정이다. 잦은 기상이변과 한반도 지진횟수 점증은 설상가상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재발만은 막아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