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AI(조류인플루엔자)를 철저하게 차단하겠다는 질병관리본부가 정작 자신들이 검역 작업에 사용하는 선박은 전혀 방역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국립인천검역소 등에 따르면 인천 앞바다에서 검역관들이 '전염 고위험군'의 화물선을 검역하기 위해 타고 다니는 배에 대한 방역이 지금껏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해상 검역에 구멍이 뚫렸다'(경인일보 4월17일자 1·3면 보도)는 지적에도 질병관리본부는 대책 마련에 소극적이다. ┃관련기사 3면

국립인천검역소는 '외항 검역'을 할때 인천본부세관 감시정을 활용한다. 외항 검역은 AI 등 전염성이 큰 오염지역에서 온 선박 가운데, 유해 곤충이나 쥐 등의 매개체가 육지로 유입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판단될 때, 배를 접안시키지 않고 해상에서 검역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인천검역소는 세관 소유의 50t급 선박 3척(미추홀·광제·남궁억호)을 빌려 외항 검역에 쓴다. 하지만 이 배들을 소독하는 등의 방역 실적은 없다. 외항 검역 대상 선박은 질병 전염성이 높아 접안조차 허용하지 않으면서도, 그 배에서 검역을 마친 검역관들을 이동시키는 배의 '자체 검역'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 꼴이다.

인천뿐 아니라 부산·평택항 등 전국 항만의 외항 검역 방식도 비슷하다. 해당 지역 세관의 배를 빌려 외항 검역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는 이와 관련한 내부 지침조차 마련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외항 검역에 사용된 배를 세관 직원들이 이용할 때 어떤 예방 조치도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문제가 없는지를 묻는 질문에 질병관리본부는 답변을 회피했다. 인천검역소가 세관 배를 빌려 외항 검역을 한 실적은 2012년 222건, 2011년 195건, 2010년 478건 등 최근 3년간 895건이다.

/정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