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AI의 유입 가능성이 많은 항만이 현행 감염예방법의 '사각지대'로 방치돼 있다. 공항·철도시설과 비교해 보면 항만에는 '정기 방역'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시설물이 많고, 방역 범위도 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은 여객·화물 등 모든 항공기의 방역(소독)을 의무화하고 있다. 4~9월에는 한 달에 한 번씩, 10월부터 이듬해 3월에는 두 달에 한 번씩 소독해야 한다.

항공시설은 방역 범위도 넓다. 활주로, 계류장 등 이·착륙시설, 여객·화물터미널, 관제소 등 통신시설, 주차장, 경비·보안실, 항공기 급유시설, 유류 저장고, 항공화물 창고 등이 포함돼 있다. 철도의 경우도 비슷하다. 여객운송 철도, 역사, 역무실, 물류시설, 환승시설, 편의시설 등이 정기 방역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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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항만은 여객선, 대합실(300㎡ 이상)만 정기적으로 소독하면 된다. 검역관들이 외항 검역을 위해 타고 다니는 세관 감시선, 행정선, 화물선 등은 정기 방역을 하지 않아도 된다.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유람선, 낚싯배, 모터보트 등 해양레저 시설도 마찬가지다.

이 밖에도 하역시설, 창고, 야적장, 컨테이너 장치장, 컨테이너 조작장, 사일로(저장탑), 저유시설, 화물터미널 등의 운영·관리자들은 방역 의무를 갖고 있지 않다. 인천항은 AI 발생국인 중국과 '접촉면'이 넓지만, 방역 범위는 공항·철도보다 크게 좁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감염예방법상의 소독은 검역법의 검역보다 느슨하게 진행된다. 감염예방법은 전염병 발생·유행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 정기 방역을 의무화했다.

오물을 처리하고, 각종 물품을 소독하고, 질병을 매개하는 곤충을 방제하고, 쥐를 처리하는 일이 정기 방역에서 이뤄지게 된다. 현행 감염예방법은 공항과 철도뿐 아니라 일정 규모 이상의 다중이용시설·아파트·공연장 등의 정기 방역을 규정하지만, 유독 항만 쪽에 대한 방역 의무는 최소화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2010년 말 법이 개정되면서 공항시설이 추가로 소독의무대상에 포함됐지만, 항만시설은 이때 추가되지 않았다"며 "현재 항만 관련한 소독의무대상은 30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공항과 달리 항만시설의 경우, 바닷가와 접해 있는 방파제 등의 시설물에 대해 범위를 규정하기 모호한 부분이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정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