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따뜻한 바람과 함께 먼 길 떠나신 당신… 안녕히 가십시오. 언제라도 3월의 바람으로 다시 오십시오. 우리에게…'. 자살 기도자를 구하기 위해 차가운 바다에 몸을 던진 정옥성 경감. 그의 주검은 우리에게 돌아오지도 못한 채 오늘 하늘나라로 떠났다. 정 경감이 바다로 뛰어들기 1시간 전 딸과 문자로 살갑게 대화를 나눈 마지막 문자가 최근 공개되면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눈시울을 젖게 만들었다.

18일 오전 강화경찰서에서 인천지방경찰청장으로 엄수된 고 정옥성 경감의 영결식은 눈물바다였다. 시신조차 찾지 못한 채 유품함에는 고작 머리카락 몇 개만이 달랑 담겨 있다. 그는 자신보다 국민의 생명을 먼저 생각한 진정한 경찰관이었다. 동료인 강화서 112종합상황실 남기철 경위는 '네가 그리도 예뻐하던 딸 예진이는 아빠 오시면 같이 새우를 먹겠다고 창밖을 바라보며 기다리고 있는데 너는 돌아올 수 없는 먼 길을 떠났구나'라며 '누군가는 너를 보고 바보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너는 진정 우리 대한민국 13만 경찰의 대표였다'고 고별사에서 애통해 하자 참석자들 모두는 눈물을 흘렸다.

정 경감은 지난달 1일 오후 11시25분께 강화군 내가면 외포리 선착장에서 자살하겠다며 바다에 뛰어든 김모씨를 구하기 위해 달려갔다. 정 경감은 김씨를 말리려 했지만 김씨는 정 경감을 뿌리치고 선착장으로 내달리고 있었다. 정 경감은 뒤를 바짝 쫓고 있지만 둘 사이 1m 가량의 거리는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정 경감은 찰나의 망설임도 없이 그를 따라 바다로 뛰어들었다. 정 경감은 안타깝게 손이 닿지 않자 다시 김씨 쪽으로 갔고, 다시 그를 향해 손을 뻗은 순간 바닷물에 휩쓸리고 말았다. 현장에 출동한 동료 경찰관은 급히 선착장 앞으로 달려갔지만 이미 둘 다 파도에 휩쓸려 사라진 후였다.

40일이 넘는 수색작전에도 시신은 찾을 수가 없었다. 당시 정 경감은 상황을 보고하고 구조대를 기다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한순간도 주저하지 않고 바다에 몸을 던졌다. 물살이 유난히도 센 강화도의 밤바다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강화에서만 10년 넘게 근무한 정 경감이 모를 리가 없었다. 이제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난 정 경감. 그의 이같은 살신성인은 '국민의 생명·신체 보호'라는 경찰법 제3조 제1항의 임무 완수를 통해 '경찰다운 경찰'의 표상을 보여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