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4 지방선거까지는 아직도 410일이 남았다.

뚜렷한 후보군의 윤곽도 잡히지 않고 활동을 개시한 정치인도 좀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선거 준비에 1년은 긴 시간이 아니다. 표층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지만, 그 아래 맨틀에서는 벌써부터 서서히 움직임이 감지된다. 특히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주 민주통합당 티켓으로 재선에 도전하겠다고 언명, 지방선거 레이스의 조기점화를 예고했다.

4·24 재·보선을 기점으로 여야 정치인들의 행보가 빨라질 개연성이 크다.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이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대선 패배 후 당내 구심력이 약한 민주당은 특정세력 기반 없이 지역을 기반으로 각개약진을 하는 모양새다.

선거의 승패, 나아가 '대권'과 직결될만큼 정치적 비중을 갖는 서울시장, 경기지사, 부산시장 등 '빅3'에 누가 출마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서울시장 = 지난 2011년 10월 보궐선거 패배의 후유증 탓인지 여권에서는 이렇다할 주자가 부상하지 않고 있다. 자천타천으로 후보군에 포함될 수 있는 인물들이 거명되는 정도이다.

먼저 친박 핵심으로 재부상한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의 이름이 거론된다. 서울 용산이 지역구인데다 판사 출신의 3선 의원인 입법·사법에 행정부 경험까지 얹었다는 게 장점이다.

또 당 대변인과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을 거쳤던 조윤선 여성부장관도 47세의 '젊은 피'여서 언제든 투입될 수 있는 카드로 꼽힌다.

7선의 정몽준 의원도 지방선거 때마다 서울시장 후보로 유력시됐지만 본인은 대권을 재차 노크하겠다는 뜻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19대 국회에는 입성하지 않았지만 인지도가 높은 홍정욱 전 의원도 참신성, 개혁성과 43세라는 젊은 나이를 바탕으로 주목받고 있다.

'박근혜 대선캠프' 종합상황실장을 지낸 권영세 전 의원도 후보군 중 하나다. 새 주중대사를 맡았는데 1년만에 국내 정치무대로 '컴백'해야 한다는 게 부담이다.

이외에도 종로구 3선 의원 출신인 박진 전 의원, 당내 대표적 소장파인 원희룡 전 의원에 가능성을 열어놓는 시각도 있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 등판설도 있다. 전임 정부의 총리로 재직하는 동안 안정적인 국정운영 능력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거물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2011년 재ㆍ보선 때 출마권유를 받았지만 본인이 손사래를 쳤다고 한다. 전직 총리가 서울시장에 나서는 게 격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따른다.

야권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민주통합당 간판으로 내년 재선에 도전하겠다고 밝혀 가장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박 시장은 이미 자신의 주요 정치적 기반인 시민단체는 물론 고교·대학동문들과 꾸준히 접촉하며 학맥을 관리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박 시장의 출마 선언에 민주당은 반색했지만 만약 안철수 후보가 이번 재·보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하고, 신당 등 안철수발(發)정계 개편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일각에서는 안 후보와 박 시장 간의 '전략적 제휴'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박 시장이 민주당 울타리 안에 머물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을 제기한다.

이 경우 민주당에선 박영선 의원과 이계안 전 의원 등이, 당 밖에서는 조국 서울대 교수 등이 후보군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 = 대선가도로 통하는 자리로 인식되고 있어 서울시장 못지 않게 경쟁이 뜨거울 전망이다.

새누리당 소속의 김문수 경기지사가 가장 앞서 있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다만 김 지사가 3선 도지사에 도전할지, 아니면 2014년 전당대회 당권도전을 거쳐 2017년 대선으로 직행할지가 불투명하다.

5선의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도 경기지사 후보군이다. 남 의원은 재·보선 후 원내대표, 도지사, 당 대표 등을 놓고 자신의 행로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 핵심으로 통하는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은 경기 김포를 지역구로 둔 3선 의원이기도 해 언제든 경기지사로 뛸 가능성이 열려 있다.

야권에서는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지낸 김진표 의원이 풍부한 경륜을 앞세워 또다시 도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역 기반을 갖춘 원혜영 의원도 유력주자로 물밑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석현 이종걸 의원 등도 후보군으로 조명받고 있다.

◇부산 = 새누리당에서는 서병수 사무총장이 이미 부산시장에 뜻을 두고 이번 4월 재·보선까지만 사무총장직을 수행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친박 3선의 유기준 의원도 관심을 갖고 있고, 4선의 정의화 국회부의장도 출마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야권에서는 지난 부산시장 선거에 나섰던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 조경태 의원, 김영춘 전 최고위원 등이 지역적 기반이 강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친노(친노무현) 정서를 무시 못하는 부산에서는 외부 인사의 영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