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싸이의 신곡 '젠틀맨'이 창조경제의 모범사례로 제시되었다. 지난 18일 박근혜 대통령이 고용없는 성장의 대안으로 융합형 인재 양성을 주문한 것이다. 산업 전반에 과학기술이나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신성장동력과 새로운 일자리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창조경제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어 주목된다. 대기업 위주의 정부주도 성장전략에 한계가 있는 만큼 새로운 대안이 절실했던 때문이다. 벌써부터 정부 각 부처를 비롯한 업계는 '창조'로 포장한 아이템들의 무작위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청년창업펀드도 대거 조성할 예정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의지가 어느 정도 결실을 맺을지 걱정이다. 정책금융공사의 청년창업펀드와 중소기업청의 청년창업 정책자금 대출수요가 갈수록 축소되는 것이 상징적이다. 신성장동력 투자펀드 1조원은 아직 절반도 소진하지 못한 지경이다.

역대 정부의 성장드라이브 실패는 더욱 심각하다. 노무현 정부시절에 가장 많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생명공학은 국민들에게 실망만 안겨주었으며 '10대 신성장동력'의 하나였던 지능형 로봇산업도 빈사지경이다. '저탄소 녹색성장'은 점입가경이다. 2009년 이명박 대통령 내외가 나란히 시승해 화제가 되었던 전기차 메이커 CT&T를 비롯한 AD모터스가 각각 시장에서 퇴출되었으며 한때 '히든챔피언'으로 상종가를 기록하던 친환경 농사기업인 세실도 상장폐지되었다. 증시에 남아 있는 녹색 간판을 단 기업들의 주가도 줄줄이 곤두박질 중이다. 녹색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음에도 성적이 별로인 것이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녹색성장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부처별로 중구난방식 정책을 추진하다보니 결과적으로 성과 도출에 미흡했다"는 지적에 눈길이 간다. 견강부회의 이벤트행사에 나라곳간만 탕진한 꼴이 되고 말았다.

'새 술은 새 부대'란 정치권의 그릇된 인식이 화근이다. 새로 정부가 출현할 때마다 전 정권의 치적을 헌신짝 취급하니 말이다. 목하 관가의 녹색 지우기가 대표적이다. 덕분에 결실은 언감생심이고 다 된 밥에 코 빠뜨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혁신이면 어떻고 녹색이면 어떠한가. 낳는 것도 중요하나 키우는 것은 더 중요한 법이다. 꺼진 불도 다시 보는 식의 창조경제를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