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대한민국 국회 본회의장에서 해외토픽에 나올만한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날은 박근혜정부 출범후 첫 대정부 질문이 열리는 날이었다.본회의 사회를 맡은 민주당 박병석 국회 부의장이 오후 2시 본회의 속개시간까지 의사정족수를 채우지 못하자 본회의장에 있는 의원들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기 시작한 것이다. 박 부의장은 호명전에 "국회속기록에 반드시 출석의원들의 명단을 기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본회의장에 있었던 국회의원은 정원 300명중 불과 59명이었다.

그러나 역시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은 눈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다음날 26일.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얼마나 한심한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이날 외교통일위원회는 '일본 각료 등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및 침략전쟁 부인 망언 규탄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해 본회의로 넘겼다. 아베 총리의 침략전쟁 부인발언을 '비뚤어진 역사 인식에 근거한 비이성적 망언과 망동'이라고 규정하고, 정부에 대해 '모든 외교적 수단을 동원해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강력한 조치를 취하라'는 내용의 결의안이었다. 일본의원들의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항의하는 대한민국 국회의 공식적인 메시지였던 것이다. 그러나 오후에 열린 본회의에 출석한 국회의원은 70여명이었다. 전날 국회부의장이 출석을 부르는 진풍경까지 연출했음에도 고작 10여명 늘어난 것이다. 결국 이 중대한 결의안은 의결정족수인 151명을 채우지 못해 상정하지 못했다. 일본 국회의원들이 이 소식을 들었다면 얼마나 비웃었을지 얼굴이 화끈거린다.

19대 국회 출범을 앞두고 정치권이 앞다퉈 내세웠던 정치쇄신과 새정치의 구호가 아직도 귓가에 쟁쟁하다. 여야 모두 국회의원 특권을 내려놓겠다면서 국회의원 연금폐지, 세비삭감,겸직금지 등 내놓은 달콤한 개혁방안이 어디 한 두가지였던가. 물론 이같은 약속을 믿은 국민들은 거의 없다. 국민 위에 군림하는 국회의원들의 거짓말에 여러번 속은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일본 각료 망언 규탄 결의안이 정족수 미달로 상정되지 못한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가 없다. 이제 국회의원도 출근부에 도장을 찍고, 출근하지 않을 경우 세비를 삭감해야 한다. 무노동 무임금제를 적용시킬 때가 됐다는 뜻이다. 개성공단 철수를 비롯해 아베총리 망언 등 의원들이 박근혜정부를 상대로 따져 물을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닌데 놀고먹는 정치인들때문에 국민이 부끄럽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