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번식기를 보내는 저어새(멸종위기종Ⅰ급)가 중국 신종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지역을 경유해 영종도 일대로 이동한 것이 확인돼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 2011년 7월 인천 강화도에서 포획해 위치추적기를 부착한 저어새 2마리 중 1마리가 최근 중국 저장성 등을 지나 영종도 일대에 도착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저어새는 대만에서 머물다 지난 18일 중국 저장성과 장쑤성을 거쳐 28일 영종도 남단 해안에 도착했다. 저장성과 장쑤성은 최근 중국 전역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신종 AI 감염지역이다.

저어새가 중국 AI 발생지역을 경유한 것이 확인됨에 따라 환경부는 1일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유관기관 및 지자체 관계자와 전문가를 불러 대책회의를 열기로 했다. 또 이번 중국에서 넘어온 저어새를 포획한 뒤 분변을 채취, 감염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이날 인천시에 공문을 보내 시민들의 저어새 접촉을 철저히 차단해 달라고 요구했다. 철새도래지에서 낚시, 탐조, 지역축제 및 행사 등을 진행할 경우 이격거리를 충분히 유지하는 등 '철새보전 가이드라인'을 엄격히 준수해줄 것을 요구했다. 현재 인천지역 환경단체는 남동유수지 인근에서 저어새 개체수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환경부는 올해 실시한 야생조류 분변검사에서 아직까지 신종 AI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중국에서도 야생조류에서는 같은 유형의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환경부는 그러나 중국을 경유한 철새에서 AI가 검출될 가능성이 전혀 없진 않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감염 사실이 확인될 경우 '가축 질병 위기관리 매뉴얼' 등에 따라 본격적인 방역 조치를 실시할 계획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저어새가 중국을 오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이동경로가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은 처음"이라며 "저어새에 대한 접촉을 금지하는 것은 철새보호를 위함이기도 하지만, 탐방객을 위한 안전조치이기도 하니 꼭 가이드 라인을 준수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최근 환경단체 모니터링결과 인천 남동유수지에 둥지를 틀고 번식하고 있는 저어새는 130여마리인 것으로 조사됐다.

/김민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