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비로 도로에 밀었던 20대
사고목격자 자처 거짓진술
CCTV 재판독·주변인 탐문
초동수사 섣부른 발표 논란


안성시의 한 주택가 골목에서 30대 남성이 1t트럭에 깔려 무려 1㎞를 끌려 다니다 숨진 사고(경인일보 5월 2일자 22면보도)는 단순사고사가 아닌 폭행에 의한 사망사건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사건 다음날 이 남성이 일행들을 쫓아가다 넘어져 트럭에 치였다고 발표했지만 닷새만에 폭행치사 사건으로 정정, 초동수사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달 30일 오후 11시께 안성시 내리의 한 도로변. 술에 취한 채 길을 지나던 최모(39)씨에게 A식당 앞에 서 있던 고모(26)씨와 홍모(26)씨가 "야, 이리와 봐"라고 시비를 걸었다.

최씨와 고씨 일행의 말다툼은 몸싸움으로 번졌고, 고씨는 최씨를 도로로 밀어 넘어뜨렸다. 쓰러진 최씨는 때마침 달려오던 1t트럭에 깔려 차량에 끌려 갔고, 이에 놀란 고씨는 트럭을 뒤쫓았지만 이미 차량은 최씨를 끌고 주택가 골목으로 사라졌다.

트럭에 1㎞가량 끌려다니던 최씨는 결국 도로위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하지만 고씨는 대담하게도 현장에 계속 남아 있었다. 출동한 경찰에게 최초 사고 발생지점을 알려줬고, "마주오던 남성이 넘어져 트럭에 깔렸다"고 진술하면서 목격자를 자처했다.

경찰은 고씨의 진술 및 CCTV판독 등을 거쳐 이 사고를 음주운전 뺑소니에 의한 교통사고 사망사고로 결론지었다. 이에 따라 음주상태로 교통사고를 낸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차량 등)로 운전자 강모(70)씨만 구속했다.

사고 당시 또다른 목격자는 '누군가 최씨를 밀었다'고 진술했고, 당초 최씨의 일행으로 알려졌던 고씨 일행이 신고도 않은 채 자리를 피한 점 등 의혹이 많았지만, 경찰은 수사 하루만에 단순사고사로 발표하는 오류를 범했다.

경찰은 CCTV를 재판독하고 목격자와 주변인물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벌였고, 결국 자백을 받아 고씨를 폭행치사 혐의로 구속하고 홍씨를 불구속입건했다.

안성경찰서 관계자는 "길에 떨어져 있던 최씨 핸드폰의 전화번호 목록에 있던 몇몇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같이 술을 마셨다'고 하는 바람에 CCTV에 나오는 사람들로 착각했다"며 "또한 시비를 건 고씨 일행 중 숨진 최씨처럼 검은 옷 입은 사람이 있어 헷갈렸다"고 해명했다.

/이명종·강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