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개성공단에서 남측 인원이 전원 철수한 지 이틀 만인 5일 공단 정상화를 위해서는 "우리에 대한 적대행위와 군사적 도발을 먼저 중지해야 한다"고 밝힌 가운데 이날 오후 서울 무교동 개성공단 기업협회 사무실이 잠겨 있다. /연합뉴스

개성공단이 '잠정폐쇄' 상태에 들어간 가운데 앞으로의 북미관계가 개성공단 사태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는 최대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게 대두되고 있다.

북한이 북미대화 재개를 비롯해 한반도 정세를 유리한 국면으로 끌고 가기 위한 카드로 개성공단을 활용하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실제 북한은 최근 이런 의도를 공공연하게 드러내 왔다.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은 지난 5일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해서는 남한이 적대행위와 군사적 도발을 먼저 중지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한미연합 해상훈련 계획 등을 걸고넘어졌다.

지난 2일에는 대남 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대놓고 미국이 "개성공업지구사업을 파국에로 몰아넣은 실질적인 장본인, 진범인"이라고 주장했다.

한 대북소식통은 7일 "개성공단 사태는 그 자체의 문제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남북관계, 북미관계 등 한반도 정세의 큰 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면서 "북한의 개성공단 사태에서의 태도 변화는 전반적인 정세 변화가 없이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은 우리 측이 제안한 군 통신선 재개 문제 등에 대해서도 7일 현재까지 아무런 공식 답변을 해 오지 않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이런 전략은 "북의 도발에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확고한 한미간 공통인식 속에서 먹혀들 여지가 적다.

특히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미 대화'는 없다는 오바마 정부의 입장이 확고하기 때문에 북한의 태도변화가 없는 한 북미관계 개선 여지는 희박하다.

미국에서는 2·29 합의를 파기한 북한에 대한 불신이 여전히 크다. 북한이 비핵화 측면에서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면 미국이 대화에 나설 여지는 적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겨냥하고 있는 핵심은 미국이지만 북미대화 등 북미 관계에서의 미국의 전제조건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당분간 소강상태에서 대치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장 연구원은 "북한이 조기에 개성공단 정상화 쪽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우리 정부와 미국 입장에서도 핵문제를 결부시킬 가능성이 크다"면서 "개성공단과 핵 문제가 연계되면 개성공단 사태 해결이 굉장히 힘들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