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X 자율협약 신청. 사진은 남대문 STX 남산타워. /연합뉴스
극심한 자금난을 겪는 STX그룹은 현재 주력 계열사인 STX조선해양, ㈜STX, STX엔진, STX중공업, 포스텍이 모두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STX팬오션은 공개 매각에 실패해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인수 가능성이 있고, STX건설은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STX그룹에 대한 금융권의 여신 규모가 무려 13조원을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STX그룹의 채권 비중은 산업은행 29.53%, 수출입은행 17.26%, 농협은행 16.98%,우리은행 11.63%, 기타은행 10.61%, 정책금융공사 8.6%, 비은행계 5.39%다.

대규모 충당금 적립은 물론 막대한 신규 지원까지 필요해 올해 은행권의 실적에 먹구름이 드리워질 전망이다. 만기가 도래해 채권단이 지원해줘야 하는 회사채도 내년까지 2조원이 넘는다.

지원액이 막대한 만큼 실제 지원 과정에서 채권은행 간 극심한 의견 충돌도 예상된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STX그룹에 대한 금융권의 여신 총액은13조1천910억원에 달한다.

산업은행이 3조8천959억원으로 가장 많고, 수출입은행(2조2천762억원), 농협(2조2천399억원), 우리은행(1조5천334억원), 정책금융공사(1조1천346억원) 등이 뒤를 잇는다.

신한, 외환, 대구, 경남은행 등 기타은행은 1조3천990억원이고, 비은행계가 7천120억원이다.

 
 
▲ STX 자율협약 신청. STX그룹의 채권단 회의가 열린 6일 채권단 소속의 주요 은행들은 STX의 요청대로 자율협약을 통해 STX그룹을 지원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로 STX남산타워 모습. /연합뉴스
여신형태별로 보면 대출이 5조2천895억원, 선박이나 공사 수주 등에 대한 보증이 7조1천305억원, 회사채 등 투자가 7천710억원이었다.

STX그룹으로 인해 은행권의 올해 실적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우선 채권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에 대비해 대규모 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

채권단 자율협약에 들어간 기업에 대해 은행들이 쌓아야 할 충당금의 최소 적립비율은 7%다. 1조원의 채권이 있다면 700억원의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는 얘기다.

은행권의 STX그룹 여신 규모가 12조원을 넘으므로 충당금 적립액은 최소 8천400억원에 달한다. 다만 보증에 대한 충당금은 선박 건조나 공사가 끝나면 환입될 수 있다.

문제는 충당금 외에도 막대한 신규 자금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 STX 자율협약 신청. STX그룹의 채권단 회의가 열린 6일 채권단 소속의 주요 은행들은 STX의 요청대로 자율협약을 통해 STX그룹을 지원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로 STX남산타워 모습. /연합뉴스
2010년 4월 자율협약에 들어간 성동조선해양은 원자재 구매, 하도급대금, 인건비 등을 위해 채권단이 지금껏 신규 지원한 대출액만 2조원에 이른다.

그런데 자율협약을 신청한 STX그룹 5개 계열사의 자산총액은 23조원으로 성동조선해양(2조4천억원)의 10배에 달한다.

이는 채권단의 신규 운영자금 지원액만 '조(兆)' 단위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낳게 한다.

실제로 6일 회의에서는 산은이 STX중공업과 STX엔진의 긴급 운영자금으로 1천900억원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STX조선에는 이미 2천억원의 운영자금이 지원됐다.

더구나 회사채가 거의 없었던 성동조선해양과 달리 채권단은 만기가 도래하는 막대한 회사채를 보유하고 있다.

STX그룹 주요 계열사의 회사채 중 올해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는 9천800억원, 내년에는 1조3천300억원에 달한다.

 
 
▲ STX 자율협약 신청. 6일 경남 창원상공회의소 건물 벽에 유조선 등 대형 선박이 그려져 있고 'stx 파이팅'이라고 적힌 가로 3.7m 세로 7.7m의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창원상의는 현수막에 유동성 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STX 계열사들이 이른 시일 안에 정상화되길 바라는 지역 상공인들의 뜻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만기 도래 회사채 지원액과 신규 운영자금 지원액, 충당금 적립액 등을 합치면 채권은행이 부담해야 할 자금은 수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적 쇼크'로 불릴 정도로 올해 1분기 실적이 저조했던 은행들로서는 막대한 추가 부담이 두려울 수밖에 없다.

6일 STX그룹 채권단 회의에서도 "개인의 투자 책임인 회사채를 은행들이 대신 갚아주는 게 말이 되느냐"며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한 은행들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막대한 자금지원이 필요한 만큼 자율협약에 합의한 후에도 실제 지원 과정에서 채권은행 간 극심한 의견 충돌을 빚을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성동조선해양의 채권은행이었던 국민은행은 2011년 말 "성동조선해양의 존속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높다"며 신규 지원을 거부하고 채권단에서 이탈하기까지 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자금지원 규모가 막대한 만큼 어느 정도 의견 충돌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다만 갈등을 극복하고 꾸준한 지원에 나서야만 STX를 회생시킬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