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김치업체가 김치값을 선입금받은 뒤 납품하지 않고 있다는 민원인의 진정서를 취하토록 하는가 하면 다른 경찰서로 사건을 이첩하면서도 해당 사실을 통보조차 해주지 않아 비난을 사고 있다.

8일 안산 상록경찰서와 이모(56·여)씨 등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3월 20일 S업체에 김치를 주문한 뒤 7만3천500원을 입금했으나 15일이 지나도록 김치가 배달되지 않았고, "환불조치하겠다"면서 환불도 하지 않는 등 말썽을 피웠다.

이씨는 급기야 4월 5일 상록경찰서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사건을 배당받은 K수사관은 업체 관계자와 이씨가 통화하도록 해 "(4월)9일까지 환불조치하겠다"는 약속을 받은 뒤, 이씨에게는 "기다려 보라"며 진정서를 가져가도록 했다.

그러나 또다시 갖가지 변명으로 일관하는 업체에 분통이 터진 이씨는 4월 22일 경찰청 인터넷 사이트 '신문고'에 다시 민원을 제기했고, 나흘뒤인 26일 처음 사건을 담당했던 K수사관에 다시 배당돼 5월 1일 경찰서에 출석, 진술조서를 작성했다.

그런데 5일이나 지나도록 아무 연락이 없다가, 경인일보의 취재가 시작되자 경찰은 "서울 동대문경찰서가 '같은 진정이 많이 제기됐다'며 이첩을 요청해 오늘(7일) 이첩시켰다. 민원인에게는 이첩사실 관련 우편물을 오늘 발송해 2~3일 후면 받아볼 것"이라고 말해 또다시 이씨의 화를 돋우었다.

이씨는 "처음 진정했을때 제대로 수사했으면 다른 피해자도 막을 수 있었던 것 아니냐"며 "사건이 해결된 것도 아닌데 진정서를 가져가도록 하더니 이첩사실도 전화나 휴대전화 문자로 알려주지도 않았다"며 수십일동안 아무런 해결도 못보고 경찰에 농락당한 기분이라며 분개했다.

이에 대해 상록경찰서 관계자는 "민원인의 동의아래 진정서를 돌려 보냈으며, SNS문자 통보는 검찰 송치사건의 경우 바로 알려주지만 경찰서간 이송·이첩의 경우 사건 서류를 받는 동대문경찰서에서 통보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다른 경찰서 관계자는 "검찰 송치사건이나 경찰서간 이송·이첩 사건 모두 수사관의 손을 떠나는 순간 전화나 휴대전화 SNS 문자로 통보토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산/이재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