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로(轉爐) 보수공사 도중 산소 부족으로 근로자 5명이 숨진 충남 당진 현대제철 사고현장으로 회사 관계자들이 들어가고 있다./연합뉴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10일 발생한 근로자 사망사고와 관련, 회사 측이 사고를 인지하고 최대 45분이 지나서 119에 신고한 것으로 나타나 초기대응이 적절했는지 논란이 일 전망이다.

게다가 119 신고자는 '질식이 아닌 감전'으로 상황을 전했다. 회사 측은 사고 순간을 본 목격자가 있다고 했다가 없다고 번복하기도 했다.

◇ 사고 확인 후 신고까지 최장 45분

충남 소방본부에 따르면 당진제철소 사고 신고가 처음 접수된 것은 이날 오전 2시 25분이다.

이에 앞서 회사 측이 사고를 인지한 것은 오전 1시 45분께다.

즉, 회사 측이 자체적으로 초기 대응을 하느라 45분가량을 흘려보낸 셈이다.

현대제철이 사후에 직원의 기억을 토대로 작성한 일지에는 사고 인지 시각을 1시 40분으로, 119 신고 시각을 2시 13분으로 기록했다. 신고 시각은 자동녹음 시스템을 갖춘 소방당국 기록과 12분 차이가 있다.

다만, 현대제철의 기록이 전제한 시각 전체가 실제 시각과 일정한 차이가 있다고 본다면 초기 대응에 쓴 시간이 45분보다 다소 짧을 수도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오전 1시쯤 작업을 하러 들어갔고 30∼40분가량 지나 작업이 완료될 시간인데 작업자들이 나오지 않아 살펴보던 중 사고 사실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 작업자 구조에 상당한 시간 걸려

현대제철이 작성한 기록을 보면 쓰러진 작업자를 끌어올릴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회사 측이 종합적인 대처능력을 갖춘 119에 신고부터 하고 필요한 조치를 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고 인지 시각은 현장 일지에는 오전 1시 45분으로, 회사 측의 이날 오전 발표한 입장문에는 오전 1시 40분으로 돼있다.

즉시 사내 방제센터에 신고했고 공장 내 지원 인력이 오전 1시 53분에 도착, 1시 54분 작업자 구조를 시작했다.

전로(轉爐) 보수공사 도중 산소 부족으로 근로자 5명이 숨진 충남 당진 현대제철에서 과학수사팀이 감식을 사고현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 과정에서 사내 소방서 직원이 현장을 확인하다 어지럼증을 느껴 산소 농도를 측정했다.

현대제철 구급차가 전로에서 끌어올린 첫 작업자를 싣고 출발한 것은 오전 2시 10분(현대제철 기록 시간)이다. 인지부터 출발까지 25분이 걸렸다.

사내 구급차 3대를 모두 출발(작업자 4명 이송)시킨 뒤 119구급차가 도착한 것은 오전 2시 41분이다. 소방서 구급일지에 기록된 시각은 2시 34분으로 신고 후 도착까지 9분이 걸렸다.

현대제철이 파악한 시간을 기준으로 2시 43분에 119구급차가 마지막 작업자를 싣고 현장을 떠났다.

◇ 초기 대응 적절했나…즉시 119신고 했다면

현대제철이 작성한 기록을 근거로 하더라도 물리적인 시간이 없어서 119 신고가 늦었다고 하기는 다소 어려워 보인다.

방제 센터가 있기 때문에 현장 인력을 소집하고 119에 연락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발견 즉시 119 신고를 해 민·관 합동으로 구조했다면 시간을 단축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외부에 사고 노출을 막으려고 자체 구조를 시도했거나 갑작스런 사고에 우왕좌왕했을 가능성도 있다.

소방당국의 한 관계자는 "자체 구급대가 있어서 사고 시 진화·구조를 하다가 실패했을 때 119에 신고한다"며 "외부로 표출되는 것을 최대한 자제하려고 해결하다 신고하는 스타일"이라고 언급했다.

현대제철 측은 인명이 걸린 상황에서 의도적인 지연 신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경황이 없는 상황이었고 회사가 가진 시스템을 이용해 신속하게 대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고 내용도 의문이다. 당시 신고자는 '보수 작업 중 감전으로 추정되는 사고로 부상자 5명이 발생했다'는 취지로 상황을 설명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초기에는 사고 원인을 잘 몰라서 감전인 것으로 생각하고 전기를 다 차단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현대제철 측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5명이 한꺼번에 쓰러지는 광경을 목격한 직원이 있다"며 사고 즉시 발견했기 때문에 더 큰 피해를 막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연락이 안 된다'는 이유로 이 직원이 어떻게 대응했고 언제 신고했는지는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

그러다 경찰이 '작업자가 이미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수사 결과를 발표하자 애초 목격자가 있다고 설명한 것이 잘못됐다며 번복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갑작스런 사고로 경황이 없는 가운데 언론의 확인 요청이 빗발쳐 일부 사실을 명확하게 확인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거짓말을 한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6개 기관에서 파견된 80여 명이 조사 중이라서 이에 응하느라 연락이 원활하지 못한 점도 고려해달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