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이 뉴스특보를 시청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지난주 방미 기간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태와 관련, "이번 방미 일정 말미에 공직자로서 있어서는 안되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국민 여러분께 큰 실망을 끼쳐 드린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공식 사과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윤창중 성추행 의혹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지난달 12일 민주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장·차관급 낙마 사태를 낳은 부실 인사 논란과 관련해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한 이후로 취임 이후 두번째 사과다.

그러나 사과의 성격은 차이가 났고, 강도는 훨씬 더 셌다. 유감표명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 보다 훨씬 너 나아간 입장표명이었다.

"국민 여러분께 큰 실망을 끼쳐 드린데 대해 송구스럽다"며 국민에게 직접 사과의 뜻을 밝힌 것이다. TV 앞에만 서지 않았을 뿐 취임 이후 사실상 첫 '대국민 사과'다.

또 "이번 일로 동포 여학생과 부모님이 받았을 충격과 동포 여러분의 마음에 큰 상처가 된 것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피해자에 대한 위로도 빼놓지 않았다.

특히 박 대통령은 "이 문제는 국민과 나라에 중대한 과오를 범한 일"이라며 '국격 훼손'으로 성격을 규정하고, "어떠한 사유와 진술에 관계없이 한점 의혹도 없이 철저히 사실 관계가 밝혀지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미국측에 수사 협조 ▲관련자 책임 ▲공직기강 재확립 등을 약속했다.

이는 박 대통령이 사태의 심각성을 그만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은 여러 면에서 박근혜 정부가 출범 70여일만에 직면한 최대 위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단 윤 전 대변인이 박 대통령이 단행한 '제 1호 인사'이고, 당선인 수석 대변인 인선 당시부터 '불통 논란'이 불거졌음에도 박 대통령은 그를 청와대 초대 대변인으로 중용했으며 결과론적으로 그것이 대형 참사를 낳았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이 이날 "이번 사건의 근본적 원인 제공자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 윤 전 대변인을 '1호 인사'로 임명한 박 대통령 본인"이라고 비판한 것은 박 대통령으로서는 뼈아픈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즉 여론의 우려를 반영하지 않는 박 대통령의 '나홀로 수첩 인사'나 '코드 인사'가 되풀이 된다면,

유사한 사고가 재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대통령이 먼저 '인사 스타일'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번 사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보여준 위기관리 능력의 부재 등 '무력감'도 쇄신의 계기를 잡지 못한다면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두고두고 부담이 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방미단의 이남기 홍보수석은 처음 사건보고를 받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성추행 가해자로 의심받는 윤 전 대변인의 귀국을 종용했다는 논란에 휩싸이는 등 스스로가 사건의 중심에 섰다.

특히 귀국 비행기에서야 허태열 비서실장에게 보고를 한 것에 그치지 않고 대통령에 대한 보고도 사건 발생 후 26시간이 지나서야 이뤄짐으로써 파문을 키웠다.

방미팀의 귀국 후에도 청와대는 부적절한 사과 등으로 성난 민심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는 '아마추어리즘'을 보였다는 지적을 받았다.

박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청와대 직원들에 대한 대대적인 기강 확립 작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일부 책임자들의 경질을 비롯한 추가적인 인적쇄신 작업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여성 대통령 시대에 청와대 고위공직자의 '성추행 의혹' 사건과 같은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발생하는 일을 차제에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어서다.

향후 청와대 쇄신의 속도와 폭에 따라 파문이 잠재워질지, 후폭풍에 휩싸일지의 향방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