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이 아이들에게는 어엿한 선생님이랍니다."

14일 오후 수원시 파장동에 소재한 길샘아동지역센터에서는 '전통한지공예수업'이 한창이었다.

인근 학교에 재학중인 초등학생들은 작은 손으로 우리의 멋인 한지를 통해 필통 및 장신구를 열심히 만들었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선생님들의 지도 때문인지, 아이들의 작품 역시 수준 이상이었다.

한쪽에서 한국의 전통한지공예를 지도하는 선생님은 놀랍게도 결혼이주여성인 멍추이핑(29)·송은홍(33·조선족)씨였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결혼이주한 이들은 '재능기부' 차원에서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는 것. 한국말이 조금은 서툴지만, 아이들에게는 그 누구보다 친절하고 상냥한 선생님이 됐다. 지난달부터 매주 화요일 이곳을 찾아 2시간 가량 아이들을 가르친다.
▲ 14일 오후 수원시 파장동 길샘아동지역센터에서 결혼이주여성들이 인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전통한지공예수업을 하고 있다. /하태황기자
유독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센터 아이들에게도 이주여성 선생님들은 친구처럼 큰 힘이 된다.

결혼이주여성들이 이곳에서 재능기부를 하게 된 것은 낯선 땅에서의 적응을 도와준 친절한 대한민국에 대한 고마움 때문이다.

경기사랑의열매가 운영중인 이주여성 양성프로그램 '우리 목소리'를 통해 한지공예를 배웠고, 자신들의 재능을 다시 지역사회에 기부하고 있다.

이들은 "외로운 생활속에서,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큰 도움이 됐다"며 "배운 것을 다시 베풀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행복하고, 이제 한국사람이 다 된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또 "새로운 봉사의 기회가 생긴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다"는 소망을 전하기도 했다.

사랑의열매 관계자는 "이주여성의 능력을 개발하고, 나눔을 병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다양화하고 있다"며 "사회와의 소통을 통해 당당한 한국인이 되도록 돕겠다"고 했다.

/김태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