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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70대 집주인 암 투병으로 예민한 상태에서 범행
10년 세입자 죽음내몬 일에 이웃 "믿어지지 않는다"
'층간소음'이 또다시 참극을 불렀다.
인천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아래층 세입자와 말다툼을 하던 집주인이 흉기를 휘두른 뒤 불을 질러 2명이 숨지고 말았다. 이른바 '십정동 방화 살인사건'의 범인은 집주인이자 70대 노인인 임모(72)씨였다.
세입자 가족과 10여 년을 동고동락한 '이웃'이었다. 무엇이 인생의 황혼길에 접어든 노인을 살인자로 내몬 것일까.
경인일보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 같은 집 반지하에 사는 세입자, 피해자 가족 구출을 도운 이웃 주민들의 목격담 등을 종합해 사건을 재구성해 봤다.
사건의 발단은 1년 전 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천시 부평구 십정동의 2층짜리 다세대 주택 1층에 사는 세입자 조모(50)씨는 작은 방 천장에 샌드백을 설치했다. 2층 집주인 임씨는 "샌드백 치는 소리가 시끄럽다"며 조씨와 말다툼을 벌이게 된다. 이 일로 둘 사이에 감정의 골이 깊어지게 됐다.
지난 13일 저녁 5시40분께. 임씨는 1층 현관문 앞에 있던 조씨에게 "웅성웅성대는 소리가 시끄럽다"며 불평을 했다. 말다툼으로 번지자 조씨의 부인 박모(50)씨가 밖으로 나와 둘을 뜯어말렸다.
하지만 격분한 임씨는 과거 샌드백을 설치한 일을 거론하며, 급기야 60㎝ 길이의 등산용 도끼를 들고 나와 조씨 부부에게 휘둘렀다. 조씨 부부는 황급히 반지하에 사는 김모(66·여)씨의 집으로 도망쳤다.
김씨는 임씨를 진정시키며 도끼를 빼앗으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임씨가 휘두른 도끼에 부상을 당한 조씨 부부는 겁에 질린 채 안방으로 다시 도망쳐 문을 걸어 잠그고, 경찰에 구조를 요청했다.
뒤쫓아 온 임씨는 도끼로 현관문 유리와 집기 등을 부수기 시작했고, 급기야 집 거실에 휘발유를 뿌려 불까지 질렀다.
조씨 부부가 안방 문을 열었을 때는 거실에 온통 검은 연기와 함께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때마침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지나가던 시민이 창문에 매달린 채 도움을 요청하는 조씨 부부를 구출했다.
하지만 작은 방에 있던 딸(27)과 남자친구 최모(24)씨는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불과 10분 안팎의 짧은 시간에 벌어진 참극이었다.
조씨 부부 구출을 도운 이모(54)씨는 "'펑'하는 소리와 함께 불길이 창문을 뚫고 2층까지 치솟고 있었다. 아주머니는 '집에 아이들이 있다'며 울부짖었다"고 안타까워 했다.
취재결과 임씨는 2년여 전부터 암투병을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그와 가깝게 지낸 이웃 주민들은 "병을 앓게 되면서 이전보다 예민해지신 것 같았다"고 전했다.
충격에 빠진 동네 주민들은 "그럴 분이 아닌데…"라며 말문을 잇지 못했다. 50대 한 남성은 "어르신이 26년 동안 이 동네에 살면서 주민들과 잘 지냈는데,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임승재·박경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