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수원역 물품보관함에 넣어두고 주인이 찾아가지 않은 뭉칫돈 처리를 놓고 경찰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유실물로 볼 것이냐 아니냐를 법률자문 한 법무부가 "사실관계를 더 확인해야 판단할 수 있다"는 다소 애매한 답변을 해오면서 돈 처리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21일 수원역 2층 물품보관함에서 관리인 박모(67·여)씨가 장기방치된 보관함을 정리하던 중 5만원권으로 4천995만원이 든 돈가방을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수원서부경찰서는 CCTV를 분석해 한달여 전인 10월 20일 30대 남성이 돈가방을 보관함에 넣는 장면을 확인하고 3개월여 걸쳐 수사를 벌였지만 더이상 주인에 대한 단서를 포착하지는 못했다.

남은 것은 돈 처리문제.

쟁점은 돈을 '유실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다.

보관함 관리자가 운영약관에 따라 물품을 폐기하려다 발견한 것을 유실물법에 의한 유실물로 볼 수 있는지 이견이 있을 수 있기 때문.

'습득된 유실물'로 인정할 경우 유실물종합관리시스템(www.lost112.go.kr)에 공고 후 1년 14일이 되는 오는 12월 4일까지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습득자인 박씨에게 세금 22%를 제외한 3천896만1천여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유실물이 아닌 범죄 수익으로 보면 경찰이 절차에 따라 압수해 국고에 귀속시키는 등 처분한다. 하지만 현재 범죄 연관성을 밝히기는 어려운 상태다.

이에 경찰은 신고된 돈을 유실물로 볼 수 있는지 유권해석을 법무부에 요청, 최근 답변을 받았다.

법무부는 "주인이 돈가방을 어디에 둔 지 잊어버려 생긴 일이라면 '유실물'로 보고 처리해야 하지만, 어딘가에 감금돼 있는 등 불가항력으로 가방을 찾지 못한 거라면 소유권이 그대로 남아있는 걸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그렇기 때문에 경찰이 주인을 찾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도 찾지 못한 사정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좀 더 확인해야 유실물로 처리할 수 있을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유실물로 처리가 가능한 지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해 돈 처리를 놓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질문내용을 정리해 법무부에 다시 질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