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강원 춘천시 삼천동 자유회관 웨딩홀에서 강원서부하나센터(센터장 차주건)가 주관한 '제4회 북한이탈주민 합동결혼식'이 열리고 있다. 이날 결혼식에서는 춘천에 거주하는 북한이탈주민 부부 3쌍이 화촉을 밝혔다. /연합뉴스

"여자친구와 사귄 지 4년이 돼가요. 영화 '6년째 연애중'에서 오래된 연인들이 서로 지겨워하잖아요. 전 아니에요. 하루라도 빨리 가정을 만들고 싶어요. 하지만, 결혼은 취직할 때까지 미뤄야죠"

취업준비생 A(28)씨는 군 제대 이후 만난 여자친구(28·대학원생)와 4년째 연애만 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 취업에 실패해 졸업을 유예한 신분이다 보니 청혼은 엄두도 못 낸다.

3년차 직장인인 O(28ㆍ여)씨는 대학교 새내기 때부터 만난 남자친구와 9년째 연애 중이다. 남자친구는 고시생 생활을 접고 최근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이 커플에게 결혼은 먼 나라 얘기다.

1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무직·가사·학생(이하 무직)' 상태로 결혼한 남성은 1만8천731명으로 전년보다 2.6%(500명) 감소했다.

무직 상태에서 새신랑이 된 숫자는 2008년 2만2천434명, 2009년 2만2천70명이었으나 2010년(1만9천986명) 2만명 아래로 내려앉은 뒤 2011년 1만9천231명, 2012년 1만8천731명 등 5년째 내리막을 타고 있다.

이에 따라 '무직' 남성 결혼이 전체 결혼 건수에서 차지한 비중은 2008년 6.8%에서 지난해 5.7%로 하락했다. 국가통계포털이 직업별 혼인 자료를 공개한 2004년 이래 가장 낮다.

이런 흐름은 여성에서 훨씬 두드러진다.

지난해 무직 상태로 결혼한 여성은 12만8천426명으로 전년보다 8.6%(1만2천25명)나 줄었다.

특히 비중으로는 39.3%로 통계 작성 이후 처음 40% 선이 무너졌다.

이재원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과거에 결혼을 일찍 할 때는 취업준비생이라도 서로 미래를 보고 결혼할 수 있었지만, 초혼 연령이 늦어지면서 경제적 여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결혼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 보인다"고 해석했다.

작년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 32.1세, 여성 29.4세로 1년 전보다 남자는 0.2세, 여자는 0.3세만큼 결혼이 늦어졌다.

최근 경기 악화로 20대가 취업난을 겪는 등 직격탄을 맞은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12년 20대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4만명 줄었다.

그전에는 20대 취업자 수의 감소 규모가 더 컸다. 2008년 9만8천명, 2009년 11만5천명, 2010년 6만9천명, 2011년 5만8천명 등이다.

여성이 전업주부가 되기보다는 맞벌이를 선택하는 추세도 무직 상태의 결혼이 감소하는 배경이다.

25~29세 여성의 고용률은 2000년 53.7%에서 지난해 68.0%로 껑충 뛰어올랐고, 30~39세 여성의 고용률도 52.5%에서 54.5%로 높아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