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치쇄신특별위원회(위원장·김진표)는 오는 22일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주제로 공청회를 갖기로 했다. 지난 대선에서 여야는 정치혁신 차원에서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 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공약했다. 대선 공약인 만큼 국민의 동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면 쇄신특위에서 정밀한 법제화 작업을 진행하면 된다. 그러나 대선공약이 국회 쇄신특위로 넘어가면서 이 문제는 찬반 양론이 첨예하게 갈렸고, 여론수렴 절차를 거치기로 하면서 입법까지 상당한 시일과 진통이 수반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이 문제는 결론없는 장기과제로 유보됐던 현재까지의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기초단위 정당공천 폐지에 대한 찬반 진영의 논리는 섣불리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첨예하다. 찬성 진영은 정당공천이 지방의 자치역량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말한다. 정당공천으로 인해 자치구성원을 위해 복무해야 할 단체장과 의원들이 중앙당과 국회의원들의 가신들로 전락하고 자치행정은 소수 정치권력의 전위가 됐다는 것이다. 정치권력의 수직계열화로 인해 주민의 자치 참여가 봉쇄되고 공천비리와 자치비리는 심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반면 반대 진영은 정당기능의 축소와 여성의 공직진출 기회 감소를 강조한다. 대의 민주주의에서 정당은 모든 선거에서 공천권을 행사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주장이다. 또 정당공천이라는 필터를 없애면 지역토착세력들 간의 이전투구장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여성 국회의원들은 정당공천이 없어지면 그나마 인위적으로 보장된 여성들의 정치지분이 축소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논리적으로는 모두 맞는 말이다. 하지만 여야 후보가 동시에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대선공약으로 채택한 현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존치의 명분보다 폐해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뜻이다. 우리 정당구조가 수평적이고 민주적이며 하의상달식 체제이고 진성당원의 규모가 유의미하다면 정당공천 폐지는 거론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여성 공천의 기계적 배분은 엄격하게 말하면 민주원리에 위배된다. 그렇다면 정당의 선진화 및 여성의 정치진출 문제는 별도의 과제로 분리하고 현실적인 폐해가 극심한 기초선거 정당공천 문제는 대선공약을 관철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즉 국민이 지지하는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의 전제는 최상위 정치권력의 기득권 포기와 민주원리에 어긋난 기계적 양성평등주의 자제가 관건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