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17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불기 2557년 부처님오신날 법요식에서 헌화한 뒤 합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과 무소속 안철수 의원 측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33주년을 계기로 호남 민심잡기 경쟁에 본격 나서면서 양 진영의 신경전이 더욱 가열될 조짐이다.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실시한 여론조사(전국 성인 남녀 1천3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에서 아직 창당도 되지않은 안철수 신당의 지지도가 26%로, 12% 지지를 얻는데 그친 민주당 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지지도는 29%였다.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민주당은 광주에서 대규모 행사를 열어 호남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과시하며 '호남의 적자'임을 강조했다. 반면에 안 의원측은 '저인망식'으로 바닥민심을 챙겼다.

민주당은 18일 김한길 대표를 비롯해 소속 의원들이 대거 광주를 방문해 5·18 기념행사에 참석한다.

앞서 민주당은 16일 광주 5·18 민주묘지 앞에서 당 혁신의 결연한 의지를 담은 '광주선언'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김 대표 등 소속 국회의원만 72명이 참여했고, 광역 및 기초단체장, 지방의원까지 합치면 참석자가 300명이 넘었다. '광주'가 민주당에서 차지하는 의미와 비중을 잘 대변해주는 대규모 행사였다.

더욱이 민주당은 이번 선언을 '을(乙)을 위한 광주선언'으로 명명하고 지금까지 정치민주화에 무게가 실렸던 '5월 광주정신'을 경제민주화란 관점으로 발전·확대시켰다. 또 민주당만이 광주정신을 민생·생활정치로 구현할 대안세력임을 부각했다.

한편, 김 대표는 17일 오후 경쟁관계인 안 의원의 멘토 법륜스님이 이사장으로 있는 평화재단이 주최한 부처님오신날 행사에 참석했다. 김 대표는 당초 축사를 할 예정이었으나 행사가 지연되는 바람에 연단에 서지 못한 채 다음 일정을 위해 자리를 떴다. 하지만 참석 자체가 눈길을 끄는 행사였다.

안철수 국회의원이 17일 부산을 방문해 사상구 파라곤 호텔에서 열린 내일 포럼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 의원은 17일 저녁 광주에 도착, 5·18전야제 행사에 참석해 자연스럽게 주민들과 접촉하며 호남민심을 파고 들었다.

광주 방문 전에 안 의원은 이날 오전 부산에서 지난 대선 때 자신을 도왔던 지역 오피니언 리더들의 모임인 영남권 '내일포럼' 인사들과 간담회를 갖고 세력화에 시동을 걸었다.

안 의원은 이 자리에서 "정당간 정권교체되는 좁은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국민생활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정치가 필요하다"며 자신이 구상하는 정치개혁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어 "정치의 주체는 넓고 다양하게 바뀌어야 한다"면서 "소수 엘리트의 정치가 아니라 다수의 참여정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사익보다 공익을 추구하는 분, 근본적 개혁에 공감하고 역할하고 싶은 분, 기득권 정치 청산 의지가 필요한 분이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세력화 대상으로 삼는 '인재의 조건'을 제시한 셈이다.

안 의원은 18일엔 5·18 기념식에 참석한 뒤 광주·전남북 '내일포럼' 인사들과 간담회를 갖는다. 안 의원은 이 자리에서 자신의 향후 행보를 밝히고 호남민심을 청취한 뒤 독자 세력화를 위한 방안을 본격 타진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