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이 사라진 여름의 초입에서 갑자사화와 을미사변이 일어났다."
최근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전대미문의 성추문 사건 이후 청와대 행정관들 사이에서 갑자사화 을미사변 정국이라는 말들이 나돌고 있다.
조정 대신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알력이 작용한 갑자사화와 명성황후 시해사건을 연상하는 을미사변을 풍자한 이 글이 마치 '윤창중 사건'의 후폭풍을 말해 주는 정국 분위기를 빗댄 것으로 보인다.
'사고치는 사람 따로 있고, 화를 입는 사람 따로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때 갑자(者)인 이남기 수석은 '화'를 입고, 윤 전 대변인을 의미하는 을미(尾)는 변을 일으켰다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하지만 갑과 을의 운명적 관계를 묘사한 중하위직 행정관들의 자조섞인 푸념으로 들린다.
실제 청와대 경내에는 지나친 간섭과 통제로 업무가 경직되고, 능률이 위축되는 사례가 속출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에서 파견 나온 한 공무원은 윤 전 대변인의 성추문이 터진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순방 이후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친정'으로 쫓겨나는 수모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의 실체와 관계없이 불명예를 받게 된 이 공무원은 '고소를 당하더라도 각하될 사안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청와대에 근무했다는 이유로 공직자로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게 됐다는 후문이다.
또 지난 대선 때 새누리당에 몸담았던 한 당직자도 대선기간에 만난 민원인과의 인연이 '입방아'에 오르면서 강도 높은 내부 감찰을 받았다.
여기에 이번 방미단에 합류했던 상당수 행정관들이 사법기관에서 파견나온 동료 행정관들로부터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은 더 울분을 삼켜야 했다는 지적들이다.
이들은 정권 초기 인사난맥상으로 다소 경직된 분위기에서 출범했지만 그래도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이행하는 '컨트롤 타워' 기능으로서 성취욕에 보람을 가졌으나, 반복되는 '군기잡기'에 희생양으로 전락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 관계자는 "초반기와 달리 유연한 분위기가 잡히고 있는데 '윤창중 성추행' 사건 이후 지나친 경계령이 업무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관리하면 누가 남아서 일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입에 담기도 쉽지 않은 '갑자사화'와 '을미사변' 정국이 언제 소멸될지 관심이다.
/정의종기자